15일 애덤스 대사 불러들여…호주 총리 “中 겨냥 아냐”

▲ 지난 3월 호주 캔버라에서 만난 맬컴 턴불 호주 총리(오른쪽)과 리커창 중국 총리.

호주 내 정치개입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과 호주 정부가 서로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중국 외교부가 자국 주재 호주대사를 불러 따지기로 하면서 갈등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논란과 관련, 호주 정부 측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얀 애덤스 베이징주재 호주대사를 15일 공식적으로 초치했다고 호주 언론들이 14일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호주 측의 반중국 수사가 양국 관계를 훼손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이같이 결정했고, 양국 관계는 더욱 긴장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언론은 전했다.

중국 정부는 2013년 영토 분쟁과 관련한 논란 와중에 호주대사를 초치한 바 있다.

호주 주재 중국대사인 청징예(成競業)도 지난 11일 호주 외교부의 페니 윌리엄스 차관보에게 공식 항의를 했다고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언은 전했다.

청 대사의 항의는 주호주 중국대사관과 중국 외교부가 지난주 잇따라 관계 훼손을 강력히 경고했으나, 맬컴 턴불 호주 총리가 1949년 중국 건국을 빗대어 주권과 국가적 자부심을 주장하며 물러서지 않겠다고 일축한 뒤 나왔다.

중국 언론의 호주 정부를 겨냥한 비난도 계속되고 있다.

인민일보 영문 자매지인 글로벌 타임스는 13일 호주의 태도를 매카시즘이라고 비판하고, 서방 인사들과 가까운 관계를 맺은 중국인들이 서방 정보당국으로부터 정보원 취급을 받게 될 처지라고 비난했다.

턴불 총리는 외국의 정치 개입을 우려해 추진하는 법안이 중국을 꼬집어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턴불 총리는 지난 11일 호주 언론에 “이것은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게 아니고, 단지 우리의 주권 보호에 관한 것”이라며 미국 등 다른 나라도 비슷한 법이 있다고 말했다.

턴불 총리는 또 “외국 정부를 위해 일한다면 스스로 그렇다는 사실을 신고하면 될 뿐”이라며 중국과는 “우리 대사가 계속 접촉하고 있으며, (호주 외교장관인) 줄리 비숍이나 외교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으로서는 이번 법안 추진이 호주 정부와 언론의 일관된 반중국 흐름 속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이번에는 그대로 넘어갈 수 없는 태도다.

호주는 최근 14년 만에 내놓은 외교백서를 통해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으며 2007년 서명 후 장기 표류해온 범죄인 인도협약의 비준을 거부하고,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도 부정적이다.

특히 호주 정보기관들이 중국 당국과 연계돼 있다며 중국계 사업가를 거명하고는 호주 인사들에게 경계를 요구했으며, 정부 고위관리는 호주 대학들에 거세지는 중국 정부의 입김에 저항하라고 촉구하는 일도 벌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호주의 한 전직 고위관리는 호주 총리를 겨냥한 중국의 태도가 매우 이례적이라며 보복이 있을 수도 있다고 디 오스트레일리언에 말했다.

이 관리는 “중국이 말에 그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매우 현명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중국은 적절한 때에 우리와의 교역을 축소할 수 있고, 철광석을 (호주 대신) 브라질에서 사들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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