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여파로 겨울철 극한 한파는
우리나라도 미리 대비해야 할 재난
국가차원의 종합적인 대처방안 필요

▲ 심재현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원장

가물고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짧은 가을을 거쳐 어느 듯 겨울의 한가운데에 있다. 지난 2011년은 무척이나 추웠다. 그 해 1월 서울은 이틀에 걸쳐 44분만이 영상의 기온이었을 뿐 거의 한 달 동안 영하권에 머물렀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29한 2온’이란 단어를 통해 전통적인 3한4온 패턴이 깨졌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따뜻한 겨울로 기억되는 2014년, 지구 반대편의 미국에서는 최악의 한파를 겪었다.

기후변화로 지구가 뜨거워진다는 온난화에도 불구하고 한파는 왜 더 극심해지고 있는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그 이유 역시 온난화 때문이라고 한다. 온난화로 북극기온이 상승하면 겨울철 빙하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북극해양의 에너지가 대기로 빠져나와 한기를 가두고 있는 제트기류를 남북으로 요동치게 한다. 이러한 제트기류의 요동이 우리나라 쪽으로 남하한 2011년에는 우리나라에 극한의 한파를, 미국 쪽으로 남하한 2014년에는 미국에 극한의 한파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과학계에 의하면 이러한 현상에 따라 극한의 한파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온난화 시대의 한파는 대비하지 않으면 안되는 새로운 형태의 미래 재난인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통계청 사망원인통계에 의하면 12월~2월 기간 동안 추위에 노출돼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사례는 연평균 130여명에 달한다. 7~9월 동안 더위에 노출돼 열사병이나 일사병에 의한 인한 사망자가 연평균 20여명임을 감안하면 약 6배나 많은 수치이다.

한파가 우려되는 것은 단지 그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점점 한파에 취약해지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 사실은 더 큰 이유다. 한파에 가장 취약한 계층은 체온조절 기능이 약한 노인이다. 우리 사회는 현재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고, 혼자 살아가는 독거노인 수도 증가하고 있어 한파로 인한 인명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1년 1월 영하 10도 이하의 추위가 지속되면서 보성군, 신안군에서 노인 3명이 잇달아 동사한바 있다. 한파의 직접적인 영향인 동사뿐만 아니라 겨울동안 빈번히 발생하는 뇌심혈관계 질환과 낙상 등 안전사고까지 고려한다면 이례적인 한파 시 발생할 수 있는 인명피해의 규모는 우리의 상상 이상일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한파는 좀 더 따뜻한 환경에 적응하고 있는 우리사회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비교적 온난한 기후에서 자라는 복숭아, 포도 등의 과수 재배 지역의 북상이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복숭아의 경우 전국적인 재배면적 증가와 함께 주산지가 경북에서 충북으로 북상하고 있다. 따라서 동해온도(-15℃~-20℃)에 가까운 한파가 발생한다면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 한파에 동반되는 대설의 경우도 더 취약한 지역에서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2014년 1월 평소 눈이 드문 영남지역에 이례적으로 폭설이 발생하였으며, 그 결과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로 10명 사망, 울산 공장지붕 붕괴로 2명 사망 등의 심각한 피해를 일으킨 바 있다.

이렇듯 온난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한파에 대한 대비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분야별로 따로 집계되고 있는 한파 피해 및 영향을 국가차원에서 종합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파예측과 관련된 기상분야, 한파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보건 및 농축어업 분야, 대설과 관계된 시설물 및 교통분야, 그리고 심각한 2차 피해를 입는 에너지 및 환경 분야의 최신 연구결과와 피해관련 통계들을 한 곳에 모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면 이례적인 한파 발생 시 그 파급효과와 안전 사각지대를 사전에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토대로 분야별 대책과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개선해 나간다면 우리는 좀 더 안전한 겨울을 맞이하지 않을까.

심재현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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