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왕 반천초등학교 교사

‘나의 꿈은 과학자입니다.’ ‘나는 십년 후, 멋진 자동차를 타고 세계 여행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오래된 책장을 정리하다가 낡은 문집 하나를 발견했다. 10년이 넘도록 책장에 꽂혀 있던 이 문집은 학생들이 오래 전 자신의 꿈과 희망을 썼던 기록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교사로 첫 걸음을 내딛은 그 해부터 꾸준히 학생들과 학급 문집을 만들어 오면서 10년 후, 20년 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일기를 써 보도록 했는데, 벌써 20대가 넘었을 학생들이 과연 그날의 꿈을 기억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꿈을 갖기 시작하지만 동시에 미래에 대한 걱정도 함께한다. 10대에는 주변에 있는 친구들과 비교하며 성적에 대해 걱정하게 되고, 20대에는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고 안정된 삶을 위해 취업을 걱정하게 된다. 그리고 30~40대에는 승진, 급여 그리고 자녀에 대한 걱정이 새롭게 시작된다. 50대 이후에도 노후 생활에 대한 불안함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걱정하게 되면서 끊임없이 현재의 삶보다 미래의 삶에 대한 고민이 우리를 가로막게 된다. 이렇게 반복되는 걱정에서 어느덧 어린 시절 서툰 글씨로 썼던 꿈을 잊어버리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꿈’이라는 단어를 ‘잠자는 동안에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 현상’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이라는 세 가지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 중에서 미래에 대해 걱정하며 우리가 생각하게 되는 꿈은 바로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뜻과 관련이 있다. ‘실현될 가능성이 없는 헛된 기대’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정말 나에게 다가오지 않을 헛된 기대가 되지만 언젠가 나에게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행복한 마음을 품으면 두 번째 뜻인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제가 수업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을 담아 책을 써 보는 것이 꿈입니다.” 언젠가 혁신적인 학교 교육과 교실 수업에 관심이 많은 후배가 나에게 전화해 한 말이다. 책을 써 본 경험이 있지만 진지하게 던지는 그 질문에 쉽게 답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문득 헤밍웨이, 무라카미 하루키 등과 같은 유명한 작가들의 글쓰기가 생각났다. 이들과 같이 글쓰기로 유명한 사람들도 그 작품이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써내려가면서 수없이 수정한 결과를 통해 결과를 이루어낸다는 것이다. 바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을 조금씩 행복한 마음을 담아 기록 한다면 그것이 책을 쓰기 위한 첫 걸음이 아닐까하고 후배에게 말해주었다. 행복의 파랑새가 멀리 있지 않듯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삶이 누군가에게는 큰 꿈일지도 모른다. 일상생활에서 마주하게 되는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씩 꿈을 그려 본다면 우리 삶이 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승왕 반천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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