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충북 제천 제일장례식장에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희생자의 첫 발인이 가족의 오열 속에서 엄수됐다.

남편 김인동(64)씨는 “내가 잘못했으니 이제 집으로 가자…”고 울부짖으며 동갑내기 아내 장경자씨를 차마 떠나 보내지 못했다.

김씨는 지난 21일 오후 아내와 스포츠센터 헬스장에서 운동하던 중 건물에 불이 난 사실을 알고 뛰쳐나갔다.

그는 앞서 나간 아내가 무사히 탈출했을 것으로 생각해 2층 목욕탕에서 뛰쳐나오는 사람들의 대피를 돕다가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대피한 줄 알았던 아내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아내를 떠나 보낸 그는 당시의 상황을 생각하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김씨는 이날 제천시 백운면 집에서 노제를 지낸 뒤 아내를 납골당에 안치하고 작별을 했다.

발인을 지켜본 한 지인은 “화마의 현장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며 “이승에서는 시름과 고통 없이 편히 잠들기 바란다”고 기도했다.

이번 참사로 단란한 3대가 한꺼번에 희생돼 많은 사람을 안타깝게 했던 할머니 김모(80)씨와 딸 민모(49)씨, 손녀 김모(19)양도 오는 24일 발인식을 하고 제천의 한 납골당에서 영면한다.

이날 이들을 비롯해 애끓는 사연을 남기고 이 세상과 작별한 희생자 20명이 함께 영결식을 한다.

25일과 26일 각각 4명이 발인을 하면 이번 참사 희생자 29명의 장례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다.

19명이 제천시립 납골당에 잠드는 등 희생자 대부분이 납골당을 영면의 장소로 택했다.

희생자들을 위로하기 위한 합동분향소도 23일 오전 제천제육관 마련됐다. 이시종 충북지사, 김양희 충북도의회 의장과 도의원,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각계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화재 현장과 시청 로비, 시민회관 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도 시민들의 조문이 끊이지 않았다.

불이 난 스포츠센터 건물주 이모씨도 이날 오전 고인들의 명복을 빌겠다며 합동분향소를 찾았으나 유족의 반대로 조문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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