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영혜 울산과학대학교 식품영양과교수 울산북구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

올 한해 대통령 탄핵, 북핵 문제와 사드 배치로 인한 안보·국제관계 불안, 살충제 대란 그리고 포항 지진피해와 최근의 제천 화재사고까지 나라 안팎으로 많은 사건들로 넘쳐났다. 좋은 일보다 좋지 않은 일들로 시끄러웠던 기억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2017년이 지나고 있다.

우리는 매년 한 해가 끝나가는 이맘때가 되면 그 해를 되돌아보고 아쉬움을 가지며 다음 해는 더 나은 한 해, 편안한 한 해를 기대하게 된다. 어려움 속에서도 태평성대를 기원하던 우리 조상들의 희망을 담은 그림이 떠오른다. 조선 후기 풍속화가인 유숙의 ‘대쾌도(大快圖)‘이다. 음식사 연구에 관한 주성하의 저서 <그림 속의 음식, 음식 속의 역사>에서 대쾌도는 꽃이 만발한 단오시기에 상하노소(上下老少)를 가리지 않은 구경꾼들이 씨름과 택견 겨루기를 구경하며 즐거워(大快)하고 있는 그림으로 설명된다. 그림에는 보릿고개가 극심할 때 막걸리와 떡을 팔고 있는 장사꾼이 보이며 갓을 쓴 양반과 하인이 장사꾼 앞에 서서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 풍류와 여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대쾌도 역시 조선시대의 김홍도나 신윤복의 그림처럼 시대를 잘 반영하고 있는 그림인 것은 마찬가지이나 특히 대쾌도에서 인지할만한 점은 이 그림을 그릴 무렵 조선은 안동 김씨가 정치를 좌지우지, 정치적 혼란과 함께 자연재해가 끊임없이 일어났으며 전염병이 만연했다고 한다. 가뭄 피해가 너무 심해 나라에서는 모내기 농법을 금하기까지 하였으며, 보릿고개를 넘기기도 어려운 시절이었다. 게다가 대홍수가 발생해 많은 민가가 침수되고 500여명이 사망했던 시기에 사람들의 즐거운 모습을 담아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대쾌도(大快圖)’를 그린 것이다. 시대적 배경으로만 보면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어려움, 천재지변으로 인한 피해를 겪은 지금의 우리나라 모습과 별로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과거 우리는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물 한 모금, 밥 한끼 대접하고 하룻밤을 묵게 하는 여유를 가진 민족이었다. <농가월령가>에서도 “추수하여 흔할 때는 지나가는 나그네에게도 대접 한다”는 내용이 있으며 “수고는 나누고 없는 것은 서로 도우며 때를 만나면 즐거움도 같이 하자”고 노래한다. 힘든 것은 나누고 즐거움은 함께 하며, 힘들 때도 즐거움에 대한 그림과 노래로 긍정적인 마음을 표현했던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그 시대의 힘듦을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에 살고 있는 지금의 우리도 그 지혜를 배워 힘든 시간을 슬기롭게 잘 헤쳐 나가도록 해야겠다.

이제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지난 일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은 훌훌 털어내도록 하자. 새해를 맞으면서 개인적으로는 더 알찬 계획을 세우도록 해야겠으며, 우리나라는 좋은 일들로 채워져 정치적, 경제적으로 안정된 나라가 될 수 있길 바란다. 새해에는 우리 국민 모두가 태평성대와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2018년 판 ‘대한민국의 대쾌도(大快圖)’가 그려지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