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옥 우려 공수처 설립보다
인사권·예산 편성권 등 부여
검찰의 정치 중립성 강화해야

▲ 손영재 법무법인 늘푸른 변호사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 처리를 놓고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5일 “현재는 공수처법 처리에 집중할 시기다. 공수처법은 대선 1호 공약이자 여당인 민주당의 당론”이라고 강조했다. 고위공직자의 부패 범죄 등에 대해 독립적인 수사기구를 만들어 대처하면 기존의 검찰보다 효과적으로 고위 공직자 범죄를 엄단할 수 있다는 것이 여당의 주장이다. 이는 기존 검찰의 무능을 비난, 이를 극복하는 차원은 아닐 것이고 결국 정권을 장악한 집권세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립해 수사를 함으로써 정권의 하수인이 아닌 수사기관을 만들자는 취지로 보인다.

여당에서 공수처의 설립을 강력히 원하는 이면에는 기존의 검찰에 대한 실망이 짙게 깔려 있는 것이다. 검찰에 대한 실망은 검찰이 권력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왔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정권의 핵심 또는 그들과 직접 연결된 고위공직자를 수사함에 있어 집권세력의 눈치를 보지않고 수사하는 독립적인 수사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야당은 공수처가 권력의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하는 또 다른 기구가 될 뿐이어서 옥상옥에 불과하다고 반대한다. 현재 여권이 추진하는 공수처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과연 독립적이고 이상적인 수사기구가 만들어질 것인가의 논란이 현재 여야의 공방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기존 검찰은 정치권으로부터 완벽히 독립돼 중립적으로 검찰의 수사권을 정권의 핵심까지 주저없이 행사하지 못했을까?

기본적으로 검찰은 행정부의 소속 기관으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지휘 감독을 받아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어서 정권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한 검찰은 이론적으로도 가능한 것이 아니며 이는 공수처도 마찬가지라 사료된다. 다음으로 검찰은 제도적으로 정권의 통제를 받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검찰총장은 검사를 포함한 검찰청 공무원을 지휘감독하지만 검사에 대한 인사권이 없고 검찰청 자체적인 예산안 편성 및 제출권도 없다. 검찰총장은 검사 인사에 대해 법무부 장관에게 의견을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예산편성 또한 법무부 예산의 한 부분으로 법무부에서 정해 국회에 제출한다. 결국 법무부 장관을 전면에 내세운 정권이 검사의 인사권을 장악하고 검찰의 예산권도 가지면서 검찰을 통제하는 것이다.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내에 검찰국이라는 조직을 가지고 있고 검찰국을 통해 검찰에 대한 인사권과 예산권을 휘두름으로써 검찰을 장악하고, 정권은 법무부 장관을 하루 아침에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어느 조직이나 조직을 장악하는 힘의 원천은 그 조직의 인사권과 예산권인데 그 모두를 법무부 장관을 내세운 정권이 장악하고 있는 터라 임기 2년을 채우기도 버거운 검찰총장의 지휘감독권 만으로는 검찰이 정권에 맞서 중립적인 지위를 지키기가 어려운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총장의 지시가 정권의 이해와 충돌하지 않을 때는 그 지시가 본연의 힘을 갖지만 정권 또는 법무부 장관의 입장과 상충할 때는 검찰총장의 수사지휘 대신 인사권을 가진 법무부와 정권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 수사 검사가 처한 냉엄한 현실일 수 있는 것이다. 공수처를 새로 설립한다고 해 과연 이러한 문제들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까?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화하기 위해 검찰총장의 임기를 2년에서 3년 정도로 늘리고 마지막 공직으로 하여 검찰총장에게 법무부 장관과 동등한 정도의 검사 인사 관여권을 부여하고 독립적으로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으로 제도적 개혁을 하는 것이 오히려 공수처 설립으로 인한 옥상옥의 불안감을 덜 수 있는 길이 아닐까? 기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화하는 제도적 개혁을 함과 동시에 미진한 경우 특별검사에 의한 추가 내지 보완 수사를 용이하게 해 검찰 수사의 결론을 재확인하거나 시정하게 하는 것이 공수처 설립을 통한 시행착오를 방지하고 올바른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라 생각된다.

손영재 법무법인 늘푸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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