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인터넷에 집착하는 현대인
즉흥적 쾌락만 좇는 사회와 일맥상통
다사다난한 세상사 심사숙고가 아쉽다

▲ 이태철 논설위원

스마트폰 알람을 시작으로 하루를 연다. 잠이 덜깬 상태에서도 손은 머리맡의 스마트폰을 자연스럽게 찾아낸다. 채 뜨지 못한 눈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 본다. 어느덧 자연스럽게 몸에 배인 습관적 행동이다. 스마트폰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에 맞춰 샤워를 하고, 밥을 먹으면서 뉴스를 본다. 집을 나서도 스마트폰을 향하는 눈길은 어쩔 수 없다. 엘리베이터에 타고, 내리는 이웃이 누군지는 관심밖이다. 잠시의 기다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한결같이 손바닥 위의 스마트폰 화면에 시선이 고정돼 있다. 걷는 순간까지 손안의 세상, SNS에 빠져든다. 자신을 둘러싼 사람과 상황은 안중에도 없다. 다가오는 위험조차 감지할 찰나도 허용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은 사람들의 대화에도 여지없이 끼어든다. 감정선(感情線)을 유지해야 할 일대일 대화는 물론이고, 구성원간 회의시간에도 좀처럼 스마트폰에서 눈길을 떼지 못한다. 한마디라도 제대로 듣고, 그 뜻을 곱씹어 보려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발언내용이 맞는지 검색하기 바쁘다. 깊은 사고속에 새로운 길을 찾아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 위한 시간은 그렇게 공감의 고리를 찾지 못한채 순식간에 옳고, 그름의 다툼으로 번진다. 스마트폰에 빼앗긴 사유의 여백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단절시키고, 감정의 교류를 멈추게 한 것이다. 일방적 주장만 난무한 허무한 결말이 아닐 수 없다.

한국과학기술개발원에서 진행한 테스트 결과 우리나라에서 스마트폰 중독군에 속하는 사람은 39.8%, 위험군에 속한 사람은 19.5%로 상당수가 이미 스마트폰중독에 해당한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이 중독인지 아닌지 답하게 한 평가에서는 단 1%만이 스스로를 스마트폰중독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미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성인 3분의 1이 스마트폰을 포기하느니 섹스를 포기하겠다고 답했다. 45%는 휴가를, 30%는 친구를 포기하고 스마트폰을 선택했다. 마약이나 도박과 같이 스마트폰에도 ‘중독’을 붙인 이유를 실감케 한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성적인 욕구, 의식변화에 대한 욕구, 성취욕구, 소속되고 싶은 욕구, 관계에 대한 욕구, 자아실현과 초월에 대한 욕구 등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켜준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동영상을 통해 성적욕구를 해결하고, 게임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 SNS에서는 소속감과 관계에 대한 욕구를 채우고 있다.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 현실세계의 번거로운 과정을 생략, 스마트폰과 인터넷에서는 쉽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더 집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즉흥적이고 직관적인 쾌락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소통이 아니 ‘쇼(show)통’에 길들여지면서 점점 더 심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2017년이 저물어 간다. 직장인들은 다사다망(多事多忙·일이 많아 몹시 바쁨)했고, 취업준비생들은 각자도생(各自圖生·제각기 살아 나갈 방도를 꾀함)의 길을 걸어야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걱정이 많아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전전반측(輾轉反側)과 ‘수중에 가진 돈이 하나도 없다’는 수무푼전(手無-錢)의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국가적으로는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고, 파사현정(破邪顯正)을 화두로 삼았다. 북핵과 사드를 둘러싼 주변국과의 마찰과 지진 등 각종 사건 사고에서는 전전긍긍(戰戰兢兢)이 떠오른다. 역지사지(易地思之)와 심사숙고(深思熟考)가 필요한 시점이다. 스마트폰에 빼앗긴 사유의 여백도 더없이 그립다.

이태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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