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중심 재난·안전체계 구축
재난·안전부서 전문성 강화
시민의식 강화 노력도 병행해야

▲ 이성근 한국안전교육연구원 원장 전 울산시교육위원회 부의장

시간은 어김없이 새해라는 희망의 선물을 우리에게 가져다 주었다. 새해를 맞으며 늘 돌아보지만 지난해도 대형사고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12월에 대형 참사 두 건이 발생했다. 인천 영흥도 낚시배 선창 1호와 급유선 명진 15호의 충돌로 탑승했던 22명중 15명이 사망한 사고와 21일 제천의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29명이 사망하고 36명이 부상당한 것이다. 새해를 앞두고 일어난 두 참사는 인명 피해가 많아 큰 충격을 주었고 인명 피해가 컸던 이유는 또다시 늑장 대응으로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라 하니 왜 즉각적인 대응이 그렇게 어려운지 답답하기만 하다.

매년 대형사고가 바다, 도심, 산업현장을 가리지 않고 반복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 방안은 어려워 보인다. 반복되는 재난·안전사고는 도시화의 가속화 속에 고속성장, 부정부패 등의 이중 삼중 복합적 위험사회 형태로 왜곡돼 발전한 특성이 주어진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산업화·도시화로 인해 반복되는 대형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법령을 정비하고 조직 체계를 확대하는 등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우리 주변은 달라지지 않았고 국민들의 안전의식 수준도 그대로다. 특히 안전전담 조직을 중앙과 전국 지방자치단체까지 매머드 형태로 키웠지만 재난·안전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이런 대대적인 조직변화가 안전한 사회로 가는데 도움이 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법질서 확립, 투명한 사회, 안전혁신을 외쳤지만 구호에 그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 봐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울산은 전국 최대 산업단지가 있고 광역시 승격 이후 20년간 급성장했다. 대단위 복합 건물과 다중이용시설이 많아져 몰라보게 변화된 모습이다. 소방안전관리자를 선임해야 하는 곳이 특급 16곳, 1급 409곳, 2급 5417곳, 3급 2515곳으로 총 8357곳에 이르고 있다. 1급 소방안전관리자를 선임해야 할 대상 중에 복합건물이 50%, 공장이 30%에 달하고 있다. 급속한 도시화에 따른 건축물 등 시설유지관리와 소방안전관리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 하겠다. 전국 최대 산업단지는 시설 노후와 관리 소홀로 화재, 폭발, 누출사고가 반복적으로 일어나 시민의 생명과 재산손실을 초래하고 있으나 안전점검 권한을 고용노동부 등 중앙정부가 갖고 있어 울산시가 대처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지난 3년간(2015~2017년) 울산 관내 산업현장에서 일어난 화재 폭발 누출 사고는 화재 17건, 폭발 6건, 누출 9건 등 약 32건으로 10여명의 사망자와 3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울산이 안전한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시민안전과 산업안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만 가능하다. 우선 그동안의 재난·안전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원인을 분명히 알고 예방을 위해 어떻게 해왔는가 하는 반성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안전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첫째, 확대 개편된 공조직의 운영 활성화가 전제돼야 하고 전문성과 경험이 수혈되어야 한다. 그리고 중앙부처와 지방간의 협업은 물론 울산시와 5개 구·군 그리고 사업장과 협업을 바탕으로 민간 협력을 강화, 선진 재난·안전기술을 도입해 분야별 예방중심의 재난·안전관리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그동안 대형사고 대응 과정에서 공조직의 ‘전문성 부재’라는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음을 잊어서는 안되며 재난·안전부서의 전문성이 어느 부서보다 가장 중요한 과제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둘째, 산업현장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안전점검부재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시설유지관리와 소방안전업무를 강화하고 산업단지와 협의체 등을 통해 기업 스스로가 시민안전을 위해 노력하도록 제도화해 나가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셋째, 시민안전의식을 높이고 안전문화를 뿌리 내리게 해야 한다. 다중이용시설 등 복합 건물 소유주나 종업원들은 물론 취약 계층만이 아닌 시민안전교육을 지속 반복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끝으로 전문성이 부족한 자가 재난·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관행을 막고 재난·안전을 쉽게 생각하는 문화도 달라져야 하고, 단체장 역할에 있어서도 시민안전을 위해 재난·안전의 중요성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새해에는 대형 사고와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안전한 사회를 희망해 본다.

이성근 한국안전교육연구원 원장 전 울산시교육위원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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