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는 근본원인 제거않으면 반복
안전수칙·법규 제대로 배우고 실천해
안전의 핵심 평안과 자유로움 키워야

▲ 박현철 울산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 前 한국솔베이(주) 총괄부공장장

지난해 12월21일 오후 3시30분께 충북 제천시의 복합스포츠센터에서 대형화재로 사망 29명, 부상 39명의 참사가 발생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화재는 1층 주차장 천장에서 모종의 배관작업 후 약 50분 뒤에 시작됐다고 한다. 이 건물은 최근 리모델링하면서 외벽에 가연성 마감재를 사용한데다 화물용 승강기, 전기배선실과 주출입구를 통해 화염과 연기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화재발생 약 3분만에 건물전체가 화염에 휩싸였다. 건물 8층 전 층의 스프링클러와 방화문, 배연창 등이 작동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망자가 가장 많은 2층의 출입구 슬라이딩도어가 열리지 않았고 비상구는 정보표시 없이 적치물로 가려져 있었다. 불법주차 차량이 출동한 소방 굴절사다리차의 소방활동을 방해하는 등 이전 중대사고들과 같이 총체적 예방·방호 안전벽들이 동시에 뚫려 대형재난으로 변했다.

화기작업을 한 경우 날린 불티가 보온재 등 가연물에 끼어 있다가 서서히 발화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최소 4시간 경과될 때까지 주기적으로 현장을 확인해야 한다. 겨울에는 기후가 건조해 가연물이 쉽게 인화, 화재가 발생하기 쉽다. 인사사고 위험이 높은 설비·건물 등에는 각 위험요인에 대해 안전장치, 안전시스템, 안전수칙 등 3중의 예방 안전벽을 갖춰야 하며, 낮은 발생확률의 경우에도 심각도를 낮추기 위해 비상구·보호구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특히 ‘비상대비 및 비상대응계획’은 선진 안전경영시스템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사업주는 화재 등 잠재적 비상상황들을 파악하고 비상대응계획 및 구조대를 준비해 주기적으로 훈련하며, 비상용 기기장치들도 검사·보완해야 한다. 또한 고객, 협력업체 직원들을 포함해 소속직원들이 비상대응계획과 각자 역할을 숙지하도록 해야 한다.

필자는 작년 초까지 약 15년간 외국기업에서 현장 안전매니저로 근무했었는데, 입사 때 프랑스인인 직속상사와 멘토(소방관 출신)로부터 ‘안전제일’을 항상 실천하도록 교육을 받고 그렇게 실행해왔다. 예를 들면 사업장에 VIP 내방 또는 사내 업무시 제일먼저 안전실적 및 계획을 발표한 후 각 부서별로 발표를 했다. 또 국내외 호텔 등에서 회사행사시에는 먼저 안전책임자를 찾아가 건물배치도, 비상구 위치, 비상시 대응·대피 방법 등을 숙지하고, 그와 함께 비상구 등 현장을 확인한 후 행사시작 때 참석자 전원대상으로 5분 안전교육을 실시한 다음 본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이로 인해 제대로 소방시설 등을 관리하지 않는 국내 호텔 등과 다툰 경험이 많이 있다.

한국은 사고가 나면 근본원인을 찾아 제거하지 않고 사후처리의 문제점과 책임자를 찾아 신상 처벌하는데만 집중하고 있어 유사·동종 사고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는 후진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고원인을 조사하더라도 안전장치, 안전시스템의 문제점은 고려하지 않고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사람의 불안전행동에만 집중하고 있다. 조직의 최고책임자가 안전을 모르면 현장 작업자들은 당연히 안전을 모른다. 안전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고 최고책임자가 행동으로 모델이 돼야하는 경영영역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안전에 대해 집요한 교육과 실천이 필요하다. 모르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계속 사고가 반복되다 보면 그 사고가 곧 나에게 닥칠 것이다. 이제 모두 솔선수범해 안전수칙과 법규를 제대로 배우고 실천해 안전의 핵심가치인 평안함과 자유로움을 키울 때다.

박현철 울산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 前 한국솔베이(주) 총괄부공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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