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지진·화재 등 건축관련 사고
‘사후약방문’식 법 개정·대처 급급
안전 최우선, 총체적 해법 찾아야

▲ 손진락 대한건축사협회 울산광역시회장

얼마전 사무실에서 분리수거 중 휴대폰으로 긴급재난 알림 문자가 들어왔다. 또다시 가슴을 쓰다듬고 한숨을 쉬었다. 재난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뚜렷이 느낄 수 있는 기준치 이상만 알려준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하지만 재난이 일어나는 지역과 사람에 따른 편차를 일일이 고려해서 알려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2014년 2월 울산에 많은 눈이 내렸다. 일부 건축물이 붕괴되는 사고가 있었고, 언론은 이 사고를 앞다퉈 보도하며 새로운 이슈가 되는 단어들을 부각시켰다. PEB구조와 습설이다. PEB구조란 철골구조에서 구조응력 모멘트 하중대로 철골구조로 만드는 것인데 재료의 절약과 장스판(폭이 넓은)에서 경쟁력이 있는 공법으로 인기가 많았다. 그러나 내부에 기둥을 세울 필요가 없는 장점은 과다수주 경쟁으로 이어졌고 2014년 습설(젖은 눈)이라는 자연 현상으로 인해 부재의 두께 미달, 앵커볼트의 길이 미달 등 시공 및 감리, 설계상의 문제가 드러나게 되었다.

당시 남부지방에 적용한 적설 하중은 50kg/㎡로 법규상 명시돼 있었으나 눈이 물기를 머금게 되는 습설에 대한 기준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았다. 이로 인해 경주의 마우나 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가 일어나 꽃다운 나이의 학생들이 목숨을 잃었으며 울산 북구 소재의 몇몇 공장들이 습설로 늘어난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돼 적지 않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건축사들은 자신이 설계·감리한 공장, 창고 등의 PEB구조물에 대해 허가권자의 재점검과 자료제출 요구에 죄인이 되어 응했고, 건축주들은 자신의 건축물의 설계 하중이 얼마로 적용되었는지 문의가 빗발치는 광경이 펼쳐졌다.

그리고 지난해 포항지진에서도 새로운 단어가 이슈가 되었다. 필로티 건축물과 액상화 현상이다. 이 두 가지로 인해 피해가 증폭되었다는 것인데 울산광역시 건축사회 회원들과 울산광역시 건축주택과 건축직 공무원들이 합동으로 포항의 피해 현장에 안전점검 봉사를 실시하면서 우리나라 건축의 현실과 한계를 실감하게 되었다.

필로티 건축물은 내진에 취약하다고 알려졌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좁은 국토에 비해 높은 인구밀도와 소득수준으로 인해 폭발적으로 증가한 차량의 주차난 해결을 위해서는 좋은 대안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편의를 추구한 건축의 취약점에 대한 책임은 건축사와 건축주의 몫으로 남게 됐다. 건축사들은 이러한 취약점으로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말하는 대신 필로티 구조에 대한 완벽한 보완 방법을 제시해야만 한다. 합당한 데이터를 제시하겠지만 건축사도 인간인지라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포항 지진의 여운이 수그러들기도 전에 지난 2017년 12월21일 제천 스포츠센터에 대형화재가 발생했다. 피해의 주원인으로 대두되는 것이 드라이비트 공법의 재료인 스티로폼인데 이는 우리나라가 더위보다는 추위에 더 잘 견디도록 단열에 초점을 맞추고 설계하기 때문에 더욱 유행하게 된 공법이다. 단열의 방법에서는 내단열, 중단열, 외단열 공법이 있는데 그 중 외단열 공법이 에너지 절약으로는 가장 뛰어나기에 드라이비트 공법은 저렴하면서도 기능성이 높은 공법으로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그 장점에 가려진 스티로폼의 취약한 점은 제천 스포츠센터의 화재 앞에서 여실히 드러나 많은 인명을 손실을 입힌 주범이 되었다.

언제나처럼 사고가 발생하면 언론은 대서특필하고, 해당 공공기관은 조사를 시작, 정부는 그때야 법을 바꾸는 등의 제스처를 취한다. 지금 건축법을 비롯해 이와 관련된 몇몇 법들과 기준들이 그렇게 바뀌어 왔으며, 각종 사고때마다 땜질을 해왔다. 법의 제정과 변경이 형평성과 합리적인 기준을 벗어나 사회적 이슈에 따라 흔들린 결과다. 사건·사고마다 그것을 보완하는 목적으로 법이 개정되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총체적인 해법을 찾아 법을 개정하고 국민들에게 충분히 고지시켜야 된다고 본다.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시기인 것처럼 우리(건축주, 시공자, 설계자, 감리자) 모두가 변해야 되는 시간이 온 것 같다. 경제적이고 아름다운 건축물만을 추구하는 우리의 관점이 2018년 무술년에는 안전과 기능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그 첫걸음을 내딛기를 소망한다.

손진락 대한건축사협회 울산광역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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