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미란 울산여성가족개발원 정책연구팀장

항상 이맘때쯤이면 다양한 상념이 떠오른다. 많은 사람이 그러할 것이라 여겨지는데, 가장 크게 마음에 와 닿는 것은 아마도 지난해에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새롭게 주어진 한 해에 대한 감사함이 아닐까 싶다.

지난 한 해는 나에게 있어 새로운 도전의 시간이었다. 지역의 여성가족정책 연구기관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그 어느 해보다도 여성과 가족에 관해 많이 고심하고, 그에 관한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 노력한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는 아쉬움은 올 한해 이뤄내야 할 하나의 과제라 생각한다.

가장 아쉬움이 남는 것은 지난 한 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성평등’에 관한 담론을 지역사회 내에서 이끌어 내지 못한 것과 이에 관한 우리 사회내의 안타까운 오해를 적극적으로 해소하지 못한 것이다. ‘성평등’이라는 용어가 가장 많이 받는 오해는 ‘성평등=여성 우위’라는 것이 아닐까 한다. 국제개발협력용어집에 따르면 성평등이란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재화와 기회, 보상 등을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향유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고, 우리 사회를 이루고 있는 구성원이 여성과 남성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결국 성평등은 우리 모두를 위한 이야기다.

굳이 세계인권선언이나 대한민국헌법까지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모든 사람은 성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하고,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성평등이라는 용어만 붙으면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가 순식간에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다.

당연한 이야기를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없고, 담담하게 나눌 수 없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면 2018년을 시작하는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에게는 성평등에 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곰곰이 생각해 보자. 혹시라도 성평등이 여성 우위 내지 여성 위주의 정책이라 여겨졌다면 그동안 우리 사회 내에서 여성이 차별을 받아 왔다는 것이고, 이에 관한 정책이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한 것이라 여겨졌다면 이는 우리 사회 내에 다른 누군가가 차별받고 있다는 방증이라 하겠다.

사회통합이라든지, 여성과 남성의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든지, 여성인력이 저출산·고령화의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든지, 주로 우리 사회 내에서 성평등 실현의 필요성으로 제시되고 있는 어려운 이유들을 차치하고서라도,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 내에서 ‘나’ 혹은 ‘나를 제외한 그 누군가’가 차별받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아서 좋을 일이 무엇이겠는가.

2018년, 우리 지역사회 내에서 함께 고민해보고 싶은 성평등은 전혀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다. 또한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고, 동등한 사회 내에서 나와 나의 소중한 사람이 행복해 질 수 있는 이야기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결국 성평등은 나를 위해 필요한 것이다. 2018년에는 좀 더 많은 분들이 나를 위한 성평등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내가 먼저 노력해 보고자 한다.

배미란 울산여성가족개발원 정책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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