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부패로 이어져 사회악
잘못이 쌓이고 쌓이면 적폐
독자 참여 지면입니다

▲ 안승찬 울산 북구의회 의원

우리는 살면서 많은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하게 된다. 그럴 때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거나 고치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런데 실수와 잘못을 숨기거나 왜곡 또는 대충 덮어 버리면 그것은 적폐(積弊)가 된다. 그 적폐는 그냥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이 있는 것처럼 움직여 우리 사회와 역사 발전에 걸림돌이 되거나 사회와 역사를 망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때 가서 적폐를 청산하려면 많은 힘과 시간이 들어간다. 그래도 적폐는 언젠가는 청산돼야 하는 것이고 반드시 청산되기 마련이다.

정치와 행정에서 잘못된 것을 그냥 덮고 가거나 방치하면 다음에 또 그 잘못을 하게 되고 이것이 쌓이고 쌓이면 적폐가 된다. 그 적폐는 진실이 아닌 거짓이 되고, 불신이 되고, 부정이 되고, 부패가 돼 우리 사회 발전과 공동체를 망치게 된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농소3동 상안동 모텔 건립’과 ‘농소3동 시례새터 소방도로 노선 변경’은 잘못된 행정에서 시작됐다.

상안동 모텔 건립의 건은 건축심의위원회에서 설계자가 잘못된 허위정보와 사실을 숨기는 등으로 건축심의위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북구청이 말하는 것처럼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주변 환경과 여건을 고려해 건축허가를 할 것인지, 불허할 것인지, 아니면 조건부로 허가할 것인가를 심의·의결하도록 만든 것이 건축심의위원회다.

그러므로 ‘건축심의위원회’에서 주변 환경과 주민들의 의견에 대해 허위정보와 은폐를 통해 논의하고 결정됐다면 그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지난 2013년도에 상안동 모텔 건축 신청에 대해 건축심의위원회가 불허한 결정적인 이유는 주변 환경, 즉 ‘어린이집이 있고, 학원가이며, 주변에 대단위 주거지가 있다’는 사실인데, 이번에는 이 같은 내용이 모두 빠지거나 거짓으로 정보가 제공됐기 때문이다.

농소3동 상안동 시례새터 소방도로 노선 변경도 마찬가지다. 당초 계획된 소방도로가 지주와 주민 몇 명의 2차례에 걸친 민원으로 변경됐다. 민원으로 변경된 것이 잘못이 아니다. 주민의 의견에 따라 바뀔 수도 있고 필요하면 바꿔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민원을 왜곡한 ‘공문서 위조’가 있었다. 주민들의 의견을 확인하지 않고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도 찬성으로 만들어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소방도로 노선을 변경한 것이다.

법원에서 공문서 위조 판결로 한 공무원은 벌금도 선고 받았다. 그 사건으로 인해 구청에 대한 마을 주민들의 불신은 커졌고, 마을 주민간의 갈등이 생겨 마을 공동체가 무너지는 결과를 낳았다. 지금도 그 상처는 치유되지 않고 남아 있다.

행정은 행정의 신뢰를 회복하고, 주민간의 갈등과 붕괴된 마을 공동체를 복원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 일은 갈등의 요인이 된 소방도로 계획을 처음으로 돌려 검토하는 것이다.

주민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함께 결정해 나가야 한다. 중요한 것은 바뀐 소방도로가 아니라 주민들이 겪은 혼란과 상처받은 마음이다. 정치와 행정은 주민의 의견과 마을공동체를 중심으로 고민해야 한다.

북구청은 이러한 문제를 바로 고치고 나가야 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고 법질서를 바로 잡는 것이며, 역사와 사회를 올바르게 발전시키는 길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적폐청산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이기도 하다. 더 이상 적폐를 만들지 말자.

안승찬 울산 북구의회 의원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