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세 전망에 방심 말고
전망 어둡다고 낙담도 하지 말고
혁신으로 불확실성·난관 극복을

▲ 권승혁 한국은행 울산본부 기획조사팀장

언제나 그렇듯 새해를 맞이하게 되면 경제전망에 관한 글들이 신문지면을 장식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특히 경제가 좋은 상황이 아니면 앞으로의 호전 여부가 관심사항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보통 새해의 전망에 비해 지난해를 되짚어 보는 글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제대로 된 전망과 대응 자세는 차분한 회고의 바탕에서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지난해의 세계경제를 되돌아보면 경제성장세가 각국에 넓게 확산된 점이 가장 큰 특징인 것 같다. IMF 분석에 따르면 세계인구의 75%를 차지하는 국가에서 경제성장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은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고 한다. 세계경제가 회복되면서 무역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각국에서 투자가 늘어나면서 이에 필요한 제품들의 교역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선진국과 신흥국의 주가 상승도 2017년 세계경제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다. 세계경제의 호조와 향후 경기상황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하락세가 이어졌던 금속이나 원유 가격이 지난해에는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이들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반면 공급면에서 이를 충분히 뒷받침해주지 못해주면서 가격 상승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경제는 지난해 어떠했을까? 세계경제의 회복세와 대체로 비슷한 모습을 보인 것 같다. 수출이 늘어나고 내수도 호조를 나타내면서 2016년보다 성장률이 높아졌다. 반면 울산경제는 세계경제의 양호한 흐름에 동승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석유화학 산업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조선업 등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수출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내수도 활기를 잃었다. 특히 동구지역은 고용악화 속에 서비스업의 휴폐업이 늘어났다. 울산 전체로는 인구 순유출이 이어졌다.

지난해의 흐름이 올해도 지속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2018년의 세계경제 모습은 ‘세계동시경기회복’과 ‘저인플레이션’이 키워드로 작용할 것 같다. 선진국이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는 가운데 신흥국도 성장 모멘텀이 강화되면서 선진국, 신흥국이 동시에 경기가 회복되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특히 신흥국의 경우 자원 가격 상승에 따라 중남미 자원수출국의 경기가 좋아지는 상황을 예상해볼 수 있다.

세계경제 호조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플레이션의 상승 우려가 크지 않으면 미 연준(FRB)이나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폭도 완만한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미국, 유럽의 금리인상이 세계경제 성장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의 정도는 줄어들게 된다.

한국경제는 올해도 견조한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울산경제도 세계경제의 회복 흐름에 동승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이 양호한 모습을 보이겠으나 조선, 자동차의 회복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긍정적이지 만은 아닌 상황이다.

그렇다면 경제주체들은 올 한해를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할까? 경기 회복세가 이어진다는 전망에 방심은 금물이다. 혁신의 노력을 꾸준히 기울이지 않는다면 좋은 시기는 그리 오래 가지 않는 법이다. 부진이 예상되는 부문도 전망이 밝지 않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스포츠의 승부나 사업의 명암도 결국은 작은 한 걸음 한 걸음이 쌓인 결과이다. 온 힘을 다해 혁신의 발걸음을 하나씩 내딛다 보면 불확실성과 난관은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문득 소설 <빨간 머리 앤>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주인공 앤은 양부(養父)에게 이렇게 말한다. “지금부터 발견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사실이 생각만 해도 멋있지 않은가요? 만약 우리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면 인생의 재미는 반감될 거예요.” 또 다른 한해를 헤쳐 나가기 위해 새로운 지혜와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구절이 큰 격려가 되지 않을까 싶다.

권승혁 한국은행 울산본부 기획조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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