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중한 시민장애인주간보호센터장

장애인학교에서 일할 때 천마산으로 등산을 갔었다. 정상까지 올라갔는데 한 학생이 교사들의 눈을 피해 혼자 내려갔다. 한참 동안 찾아서 발견한 곳은 올라온 곳의 반대쪽이었다. 열심히 내려갔지만 방향이 헷갈려서 목적지의 반대 방향에 도착했다.

볼링경기에서 아무리 열심히 공을 던져도 방향이 잘못되면 점수가 나오지 않는다. 밤새 수학 공부를 하고 국어시험을 본다면 성적이 제대로 나올 리 없다. 이처럼 등산뿐만 아니라 스포츠, 공부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방향을 올바로 정해야 한다. 인생을 위한 한 해의 계획에서 방향은 더욱 중요하겠다.

방향 없이 노력하면 지속하기 어렵다. 주간보호센터는 작년 연말에 김영철의 ‘따르릉’에 맞추어 국악공연을 했다. 센터를 이용하는 발달장애인은 낮은 인지능력으로 새로운 일을 배우려면 반복적인 연습이 필요하지만 집중력이 떨어져서 지속하기 어렵다. 같은 장단을 매주 연습하니 지겨워했다. 집중력이 떨어지면 강사님은 많은 사람 앞에서 멋있게 공연할 생각을 해보자고 지속할 힘을 주었다.

가치는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쓴 스티븐 코비는 책에서 딸과의 대화를 소개한다. 딸이 출산 후에 아이를 돌보며 자기 일을 하지 못한다고 아버지에게 푸념했다. 스티븐 코비는 시간 관리보다 현재 인생에서 아이 돌보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서른 살에 갑자기 뇌종양으로 쓰러져서 1년간 힘들었다. 초기에 발견돼 완치되었지만 젊은 나이에 죽음을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죽음을 생각하며 생명이 주어진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했다.

내일 죽는다면 오늘 해야 할 일이 무엇일지 생각해보자. 죽음이 너무 먼 이야기 같다면 주어진 자리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오랫동안 머물던 동네를 떠나 이사 가야 한다면 오늘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지인이 미국으로 이민 가면서 주위 사람들을 더 사랑하지 못해서 후회된다고 했다. 정들었던 이웃에게 감사하고 미안했던 일을 사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내일 직장에서 퇴직해야 한다면 오늘 할 일은 무엇일까? 밀린 서류정리보다 ‘고맙다’는 말을 고생했던 동료에게 전해야 할 것이다.

2017년 종무식을 하며 직원들에게 기본을 강조했다. 사람과 만남에서 사랑과 진심을 표현하려면 기본예절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만나는 사람에게 밝게 인사하기, 정직하기, 정리정돈 하기 등의 기본예절을 목표로 삼았다. 2018년 한해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 위해 올바른 방향을 정하여 살아가기를 기대해본다.

김중한 시민장애인주간보호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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