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가야 지배계층의 집단 무덤인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사적 제79호)에서 가야 시대에 축조된 무덤 74기가 추가로 발견됐다. 사진은 조사 지역 전경. 연합뉴스

지산동 고분군 발굴조사 결과
5~6C경 유물 1000여점 출토돼
보존상태 매우 좋은 인골도 발견
가야시대 순장풍습 일반화 추정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든 대가야고분군에서 새로운 가야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고령에서 추가로 발견된 가야 무덤 74기에서 관모·투구·마구 등 유물 1000여 점이 출토됐으며 소형분에서는 순장의 흔적까지 확인됐다. 가야사 조사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된 상황에서 대가야의 유물이 대규모로 나오면서 가야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군과 대동문화재연구원(원장 조영현)은 지산동 고분군에 탐방로를 조성하고 CCTV를 설치하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발굴조사를 진행한 결과, 5세기 중반부터 6세기 후반 사이에 만들어진 고분 74기와 유물 1000여 점을 찾아냈다고 15일 밝혔다.

▲ 덕곡재 기준 남쪽 B구역 제4호묘에서 나온 인골.
 

가야 시대에 축조된 무덤 74기가 추가로 발견된 곳은 대가야 지배계층의 집단 무덤인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사적 제79호) 일원이다.

지산동 고분군에는 봉토분 700여 기가 있으며, 봉분이 없는 무덤을 합하면 1만 기에 달하는 고분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성혁 대동문화재연구원 조사실장은 “이번에 나온 무덤은 비교적 크기가 작은 소형분이 많다”며 “대부분 도굴된 상태지만, 적지 않은 유물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병사가 쓰는 도구인 무구(武具)와 말을 부릴 때 사용하는 도구인 마구(馬具)는 덕곡재를 기준으로 북쪽 구역에 있는 제19호묘와 제27호묘, 남쪽 구역의 제3호묘에서 나왔다. 이곳에서는 철제 투구를 비롯해 등자(발걸이), 재갈, 말안장, 말등 기꽂이가 출토됐다.

▲ 지산동 고분군에서 출토된 투구.
 

이 가운데 물결이나 뱀을 연상시키는 말등 기꽂이는 길이가 약 60㎝로, 지산동 제518호분에서도 발견된 바 있다. 유사한 모양의 말등 기꽂이는 고구려 벽화고분인 통구 12호분이나 쌍영총 벽화에서 확인된다. 말등 기꽂이는 안장 뒤쪽에 부착하고 커다란 깃대를 꽂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전 제518호분에서 출토된 유물보다 굴곡이 더 심한 편이다. 고분에서 출토된 이들 철제 무기와 마구가 대가야 기마무사의 모습을 복원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조사에서는 남쪽 구역의 제391호분을 둘러싸듯 조성된 무덤 중 한 기에서 보존 상태가 매우 좋은 인골이 발견됐다. 이 인골은 똑바로 누워 있었는데, 신장이 160㎝를 넘는 성인으로 추정됐다. 배 실장은 “도굴되지 않아 인골이 매우 잘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장자의 성별이나 신분, 매장 풍습 등을 알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재갈

또 북쪽 구역의 제2호 횡구식석실묘(橫口式石室墓·앞트기식돌방무덤)에서는 금동 관모, 삼엽문 환두대도(環頭大刀·둥근고리자루큰칼), 말방울, 철제 갑옷 조각 등이 출토됐다.

조사단은 금동 관모는 백제 관모와 형태가 유사하고, 삼엽문 환두대도는 지산동 제45호분에서 출토된 유물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환두대도는 신라 권역에서 나온 바가 많아 가야가 백제, 신라와 교류했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 삼엽문 환두대도.

무엇보다 가야의 소형분에서 처음으로 순장의 풍습이 드러났다. 소형분 3기에서 주곽(무덤 주인공과 부장품을 묻은 곽)과 순장곽(순장자와 부장품을 묻은 곽)이 각각 1기씩 발견됐다. 이전까지 중형분 이상의 큰 고분은 주곽 외에 곽을 여러 개 두는 다곽식 무덤으로 조사됐다. 배 실장은 “소형분은 전사나 하급 관리의 무덤으로 추정되는데, 이 무덤들에서도 순장이 행해졌다면 가야에서 순장이 폭넓게 이뤄졌을 수 있다”며 “바위를 무덤의 벽면으로 활용하거나 구조를 단순화한 고분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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