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의 교통 요충지마다 시시때때로 내걸리는 현수막은 도시의 품위를 떨어뜨린다. 아파트·오피스텔 등의 분양 광고가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한다. 디자인화를 통해 도시 품격을 높이는데 많은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 자치단체들은 이들 불법 현수막을 없애기 위해서 과태료를 부과하고 신고 포상제도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크게 효과가 없다. 단속도 어렵거니와 과태료가 낮아서 경각심을 심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울산 뿐 아니라 부산과 김해 등 도시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이는 자치단체일수록 불법 현수막 근절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관광이 활성화하면서 도시 디자인이 곧 관광자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수막이 난무하면 건축물과 가로 환경 개선, 공원 조성 등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 만큼 도시의 품격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현수막이 없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외국을 나가보더라도 다리 위나 아름다운 가로수길 아래 멋진 현수막이 마치 예술작품처럼 펄럭이는 것을 볼 수 있다. 현수막이 오히려 도시의 품격을 올려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왜 일까. 상품 광고가 아닌 문화공연이나 도시의 주요행사를 알리는 공공성을 갖춘 세련된 디자인의 현수막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주변환경을 고려해 일정 구간에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적으로 걸려 있어 눈길을 끌면서도 정보제공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우리나라는 많은 도시에 합법적인 현수막 게시대가 있다. 그러나 비용을 지불하는 합법적인 게시대에 걸려 있는 현수막도 도시 품격을 떨어뜨리기는 마찬가지다. 어떤 현수막은 아이들이 볼까 민망한 내용도 버젓이 나붙어 있다. 공적인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 게시대는 주민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애초의 목적에 부합한 문화행사의 현수막을 내걸려는 공연기획사나 문화단체는 자리잡기도 어려운데다 비용 부담으로 꿈도 못꾼다. 자치단체가 특정 사업자에게 이유없는 특혜를 베푸는 것에 다름아니다. 그 게시물의 디자인이나 내용을 보면 불법 현수막이 도시의 품격을 떨어뜨린다고 말할 명분도 없어진다.

불법 현수막을 없애는 방법으로는 김해시처럼 과태료를 높게 매기는 방법도 있겠고, 또다른 하나는 도시 디자인에 대한 주민 공감대 형성이다. 지역주민들이 불법 현수막 때문에 도시의 품격이 떨어진다는 공감대를 갖는다면 모든 주민들이 감시자가 될 것이다. 한정된 단속인력으로 불법 현수막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관광도시를 꿈꾸는 울산이다. 주민들 스스로가 도시 환경을 아름답게 지키고자 하는 욕구를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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