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선 감독 유작…24일 개봉
민감한 소재 어려움 겪었지만
부조리 들추고 기록하려 제작
“사람들 소통하는 계기 되길”

▲ 홍기선 감독의 네 번째 장편이자 유작인 영화 ‘1급기밀’이 오는 24일 개봉한다.

24일 개봉하는 ‘1급기밀’은 군의 방산비리 관행과 내부고발자의 고난을 담은 영화다. 재작년 세상을 떠난 홍기선 감독의 네 번째 장편이자 유작으로 남았다.

비전향 장기수 김선명씨의 삶을 극화한 ‘선택’(2003), 1997년 에드워드 패터슨의 조중필씨 살해사건을 상기시킨 ‘이태원 살인사건’(2009)과 함께 홍 감독의 사회고발 3부작으로 불린다. 그러나 그의 급작스러운 별세가 아니었다면 ‘1급기밀’은 마지막 작품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의미 있는 것이란 곧 고단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역할은 우선 현실을 알리고 기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부조리를 들추고 소외된 이들을 어루만지는 일을 영화의 목적으로 삼았던 홍 감독은 눈을 감기 전 이미 차기작을 구상하고 있었다.

영화계에 따르면 방산비리와 내부고발에 대한 홍기선 감독의 관심은 2000년대 초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98년 국방부 근무 시절 무기부품 구매과정의 비리를 폭로했다가 퇴직하고 세상을 떠난 박대기씨의 부고기사를 접하면서다. 홍 감독은 ‘이태원 살인사건’ 개봉 직후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

“무모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죠.”

‘1급기밀’을 제작한 최강혁 총괄 프로듀서는 처음 투자자를 모으던 때를 떠올리며 말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었다. 흥행 가능성이 아닌 민감한 소재가 걸림돌이었다. 배우 캐스팅 역시 넘어야 할 산이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공공연한 비밀로 통하던 때였다. 최 프로듀서는 “배우들이라고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을텐데 용기 있게 선택해줬다”고 말했다.

2016년 12월9일 촬영을 마쳤지만 엿새 뒤 홍 감독이 심장마비로 별세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1980~1990년대 영화운동단체 ‘장산곶년’에서 광주민중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 ‘오! 꿈의 나라’(1989)를 함께 만든 이은 명필름 대표가 후반작업을 했다.

그렇게 완성된 영화 ‘1급기밀’은 화려한 기교를 배제하고 메시지에 집중하는 홍 감독의 담백한 스타일이 비교적 충실히 구현됐다. 최 프로듀서는 “방산비리와 내부고발에 대한 고민이 ‘1급기밀’의 두 가지 화두”라며 “홍 감독님은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이 소통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셨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