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황제’ 페더러와 준결승
체력우위 앞세운 긴랠리 대응
네트플레이 잘하면 승산 있어

▲ 해외 주요 베팅업체들이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고 있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 남자단식 우승 후보로 로저 페더러, 마린 칠리치, 정현, 카일 에드먼드(왼쪽부터)의 순으로 예상했다. AFP=연합뉴스

‘차세대 선두 주자’ 정현(58위·한국체대)이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를 무너뜨릴 수 있을까.

정현이 26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는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준결승에서 페더러를 상대하게 되면서 국내 스포츠 팬들의 관심이 온통 대회 메인 코트인 로드 레이버 아레나로 향하고 있다.

정현과 페더러의 준결승에 해외 배팅업체들이 페더러의 손을 들어주고, 우승 가능성에서도 페더러를 1위, 정현을 3위에 꼽을 정도로 정현이 약세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22세의 정현이 37세의 페더러에 체력으로 맞서 긴 랠리를 하면서 네트플레이에 효율적으로 대비한다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기대한다.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 대회 4강에 이름을 올린 정현은 지난해 11월 21세 이하 선수 상위 랭커 8명이 출전한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서 우승, ‘차세대 최강자’에 등극했다. 또 이번 대회 3회전에서는 자신보다 한 살 어리지만 세계 랭킹은 4위인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를 물리치며 ‘차세대 기수’ 자리를 재확인했다.

이에 맞서는 페더러는 설명이 필요 없는 ‘테니스의 상징’ 그 자체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남자 선수 최초로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20번 정상에 오르게 된다.

김남훈 JTBC3 FOX 스포츠 해설위원 겸 현대해상 감독은 “상대가 페더러지만 나이가 있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분이 유일한 약점”이라며 “(정)현이는 여기서 진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맞서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US오픈부터 페더러가 체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느껴진다”며 “토마시 베르디흐와 8강전도 페더러가 1세트 초반 불안했던 것처럼 정현도 경기 초반에 팽팽하게 맞서며 기회를 엿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유일의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대회인 코리아오픈 토너먼트 디렉터인 이진수 원장은 “정현이 스트로크에서는 세계 정상급이기 때문에 리턴만 잘 되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며 “페더러를 상대로 랠리를 길게 이어가면서 상대 네트 플레이에 대한 대비를 잘한다면 승산도 있다”고 기대했다.

박용국 NH농협은행 스포츠단 단장 겸 SPOTV 해설위원은 “전체적인 기량이 페더러가 앞선다고 볼 수 있지만, 체력은 정현이 물고 늘어질 수 있는 부분”이라며 “페더러는 체력을 아끼기 위해 네트플레이나 한 템포 빠른 압박 등으로 속전속결을 하는 스타일”이라고 지적했다.

박 단장은 “따라서 정현은 상대가 네트 대시를 하지 못하도록 베이스라인에 잡아놓고 좌우로 흔들어야 한다”며 “그러려면 첫 서브 성공률을 높이고, 세컨드 서브로 가게 되더라도 코스 공략을 잘해서 상대가 전진 속공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현의 거침없는 성장세에 해외 주요 언론은 연이틀 찬사를 보내고 있다.

미국 CNN은 25일(한국시간) “‘교수님’ 정현이 호주오픈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걸 입증했다”는 제목을 통해 정현의 기량 발전에 주목했다.

CNN은 “이미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대회 준준결승에 올랐던 정현은 준결승 진출로 다시 한 번 기록을 썼다. 알렉산더 즈베레프도, 노바크 조코비치도 그를 가로막지 못했다”면서 “이제 정현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메이저대회 결승을 경험한 니시코리 게이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뉴욕타임스는 정현이 병역 혜택을 받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테니스 남자복식 결승전에 주목했다.

당시 정현은 임용규(당진시청)과 한 조를 이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뉴욕타임스는 “만약 그 경기에서 졌다면, 아마 나는 지금 여기에 있지 않을 것이다. 아마 군대에 갔을 것”이라는 정현과 인터뷰를 소개하며 “페더러와 준결승은 큰 의미가 있겠지만, 정현에게는 어쩌면 아시안게임 결승전의 지분이 더 컸을지 모른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정현이 페더러와 상대하려면 전력 질주하고, 찌르고, 또 들이받아야 한다”면서 “그가 페더러와 경기에 앞서 아시안게임 결승전을 떠올리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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