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시설 후원금 모금행사
복지사 대상으로 후원티켓 판매
잘못된 관행 하루빨리 개선되길

▲ 김병수 울산시사회복지사협회 회장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진행중인 ‘희망 2018 나눔캠페인’ 73일간의 집중모금 여정이 마무리돼 가고 있다. 69억(100℃)을 목표로 한 나눔 온도탑은 일주일여 모금기간을 남겨둔 현재 모금총액이 약 65억4000만원으로 온도탑은 94.8℃를 가리키고 있다. 울산의 특성상 기업에서 출연한 후원금이 대부분이만 개인과 단체의 후원금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초등학생의 돼지저금통, 노인이 폐지를 주워 모은 돈, 한 사업가와 봉사단체가 군고구마를 팔아서 모은 돈 등 나눔의 마음이 기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모아진 기금은 2018년 한해 동안 각종 사회복지시설의 프로그램비용과 운영비 보조, 긴급지원이 필요한 어려운 이웃 등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지원하는데 쓰이게 된다. 특히 올해는 위기를 맞은 기업체와 녹록지 않은 경제 여건, 어금니아빠 사건 등으로 기부문화가 위축되지는 않을까 염려했었는데 현재까지의 모금액이라면 그나마 다행스러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려운 이웃과 위험에 놓인 사람들에게 왜 기부를 해야 하는가? ‘자선’ ‘자비’ ‘베풂’ ‘나눔’은 어느 사회에서나 선호되는 좋은 가치이다. 이는 남이 어려울 때 내가 도와야 반대로 내가 어려울 때 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호 보완적 특성을 가지며,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식된다. 그런데 사회복지정책이나 사회복지의 원리적 관점에서의 기부는 좀 다른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기부는 완벽하지 않은 신자유주의체계와 자본주의 체계를 보완하는 기능을 가진다. 또한 소득을 재분배하는 조세제도의 불완전성을 보완한다. 물질적 부를 가진 여유 있는 사람들의 소득을 부족하거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재분배해주는 기능을 가지는 것이다.

사회복지시설의 사회복지사들은 자신의 업무 중에서 복지서비스 이용자와의 상담과 사회복지프로그램 지원을 가장 최우선으로 한다. 그다음 중요한 업무를 하나 꼽으라고 하면 기업이나 개인 후원자를 찾아 나서고 모금을 하는 일이다. 그렇게 마련된 후원금을 재원으로 사회복지서비스 대상자에게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도 후원 모금 업무를 자신의 본질적 업무가 아니라고 여기는 사회복지사가 없을 만큼 보편적 인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물음이 생긴다. “타인에게 후원금을 권유하는 자신은 먼저 실천하고 있는가?”이다. 그렇다 보니 다른 휴먼서비스 전문직에 비해 다소 낮은 급여를 받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이 종종 자신이 근무하는 사회복지시설에 일정금액을 매월 정기적으로 기부하거나 특정 기부행사에 자신이 먼저 기부하는 사례를 볼 수 있다. 사회적으로 선호되는 좋은 가치를 몸소 실천하는 선한 천사로 볼 수도 있지만 생각해 보면 사회복지사의 기부가 오로지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인지, 묵시적 강요인지 잘 알 수가 없다. 이는 보는 관점에 따라 충분히 다르게 해석될 여지도 충분히 지녔다.

최근 취업을 앞둔 청년취업자들에게 ‘열정페이’ 명분으로 근로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기업들이 사회문제화된 적이 있었다. 열정페이라는 명목으로 근로의 대가를 바라지 않았던 청년 취업자가 오로지 스스로 선택한 자유의지가 아니라 묵시적 강요가 있음을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아직도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후원금 모금행사 중 다른 사회복지시설의 동료 사회복지사들에게 후원티켓을 판매하는 사례를 종종 목격한다. 사회복지사들끼리 상부상조하는 것인지, 손쉽게 부탁할 곳이 잘 아는 동료들 뿐인지, 알 수는 없지만 사회복지사를 후원 마케팅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이는 당장 배고프다고 농사 지을 볍씨를 남기지 않고 밥을 하는 격이나 다름없다. 사회복지사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사회복지사의 처우개선을 주장하는 사회복지사협회로서는 그런 문화들이 여간 곤란한 문화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관행들은 별 탈 없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사회복지시설의 후원 관련 일들이 잘못된 경우 확대 재생산되는 뉴스거리로 출연하기도 한다.

최근 국가적 차원에서 복지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사회복지시설이 투명하면서, 건전하게 운영되고 그 전문적 책임을 다할 때 시민들은 신뢰하게 된다. 그리고 그 신뢰는 기부문화를 꽃피우는 원동력이 되고 이는 우리사회를 건강하게 선순환하는 원동력이 된다. 무술년엔 강화된 복지정책에 걸맞은 우리 시 사회복지시설을 둘러싼 기부문화의 잘못된 관행들이 고쳐지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병수 울산시사회복지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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