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임금 인상 한달, 울산산업계 영향

경기침체로 일감 준데다
최저임금 올라 부담 증가
인력감축·폐업 줄이어
상여금등 임금포함 편법
노동자들 인상 체감 못해
근무시간 단축에 해고까지

주력산업 침체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울산지역 중소기업들이 올해 대폭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경영부담이 가중돼 사면초가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임금 인상과 일감 감소 등으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금융권이 자동차·조선업 등 침체업종에 대해 신규 대출을 꺼리면서 자금난에 시달리다 못해 폐업을 하거나 고려하는 업체들이 잇따르고 있다.

◇폐업…인력감축 ‘부작용 속출’

울산 북구 효문동에서 자동차내장재 생산 2차 협력업체를 30년간 운영해온 이모씨는 견디다 못해 결국 폐업하기로 했다. 이씨는 “모기업이 판매 부진으로 올해도 생산량을 줄이고 납품단가마저 매년 인하해 협력업체들은 경영난에 허덕이는데 최저임금까지 올라 상반기 중에 폐업하기로 결정했다. 이제는 더 이상 견뎌낼 방법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업체의 경우 생산직 직원 대부분이 여성·외국인 근로자로 외국인노동자 비율이 절반인 50%에 달한다. 이씨는 “최저임금이 지금처럼 계속 오른다면 내국인 직원들보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에 따른 외화 유출만 부추기는 셈”이라고 하소연했다.

일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조선 관련 중소기업들은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울산 남구 두왕동의 조선 관련 협력업체는 최근 경영난으로 일부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줄이고 잉여 자재 등을 정리, 직원들의 출장을 자제하는 등 최소한으로 경비를 줄여 운영하고 있다. 업체 대표 김모씨는 “9명의 직원 중 2명 가량이 최저임금 인상에 해당돼 급여를 올려줘야 한다”면서 “다른 직원들의 급여도 물가인상과 최저임금 인상 등을 반영해 어느 정도는 올려줘야 하는데 일감 부족으로 회사 경영이 어려워 막막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사용자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정부가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나섰지만, 조건이 까다로워 일부 영세업체를 제외하면 지원받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울산중소기업협회 관계자는 “정부의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이 소기업 기준인 50인에도 못 미치는 30인 미만이 기준이라 지원받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많고 일부 업체에서는 근로자들이 4대보험 가입을 꺼려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체감효과 크지 않고 편법 난무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들도 최저임금 인상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2년치 임금협상 합의안이 지난 1월9일 찬반투표서 부결되면서 ‘최저임금 후폭풍’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부터 크게 오른 최저임금에 맞춰 사측이 제시한 상여금 매달 분할 지급안이 부결되면서 원점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일부 낮은 연차 직원들이 새 최저임금 기준에 못미칠 것으로 보임에 따라 노조와의 임금협상에서 상여금을 매달 분할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실제 노동자들이 느끼는 체감효과가 크지 않다는 데 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내수활성화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취지였지만, 노동자들이 실제로 느끼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득도 크지 않은 실정이다.

일부 영세 중소기업들은 편법으로 상여금·식대 등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키는가 하면, 아르바이트생들은 근무시간 단축 또는 해고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장현수 민주노총울산본부 미조직비정규직 위원장은 “최근 상담을 해보면 노동자들의 실제로 느끼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효과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경영난에 시달리는 업체들은 편법으로 상여금 등의 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고 주중 근무시간을 단축 또는 주말 특근을 아예 없애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서정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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