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가족화와 고령화시대 대비해
아파트위주 주거문화 변화 필요
수요자 중심 소통의 주거 해법을

▲ 손진락 대한건축사협회 울산광역시회장

얼마전 서울 출장시 무심코 바라본 창밖의 풍경에 왠지 모르게 삭막함이 엄습해 왔다. 오순도순 모여 있는 농가를 보면 저기서 어떻게 먹고살까 고민 아닌 걱정도 하고 때로는 세워진 타워크레인을 보면서 건설경기를 체감하곤 했다. 그리고 지방이나 서울의 위성도시에서 공사 중인 주상복합 건축물이나 공동주택(아파트)을 보면서 우리의 주거건축의 변함을 새삼 다시 느끼곤 한다. 훗날 초등학교의 교과서에 우리의 전통주거의 집은 기와집, 초가집이 아닌 공동주택(아파트)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또 필자가 국토부장관같이 역량있는 위치에 있다면 자연 보존을 중시하는 호주와 스위스처럼 우리나라도 주상복합건축물이나 공동주택(아파트)건축물의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하는 상상도 해보았다. 현재까지는 많은 사람이 편리하고 안전한 공동주택을 선호하지만 사실상 얻는 것과 반대로 잃는 것도 많다고 본다.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훼손시켜 아름다운 도시의 경관을 망가뜨리고 이웃과의 소통을 단절시키는 건축물, 또 대기업 위주의 설계, 감리, 공사로 인해 많은 중소기업이 힘들어하는 것 보다 작지만 소박한 저층 상가주택이나 다가구주택으로 건축관련법을 바꾸면 어떨까. 도시는 높은 지가로 인해 어쩔 수 없다 해도 시골에서는 공동주택(아파트) 건축을 지양한다면 농촌은 아름다운 경관이 살아나고 공동주택(아파트) 지양으로 인한 일감 쏠림이 없어져 건축인들에게는 비교적 많은 기회가 돌아가 함께 일할 수 있는 일거리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필자의 성장기 시절에는 좁은 집 부족한 방에서 많은 가족이 아웅다웅하면서 성장했다. 형이나 누나가 몰래 연애편지를 쓰다 동생에게 들키기도 하고 때론 우리들이 연애편지를 전달하는 배달꾼이 되기도 하면서 소통 아닌 소통을 하면서 거주했는데, 그때는 누구나 자기만의 공간(방)이 있기를 원했다. 또한 동네에는 우물이나 방앗간 그리고 정자에서 이웃의 소식을 알게 되고 그에 따른 품앗이를 했다. 그러던 중 주택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공동주택이라는 용어의 아파트 건설 바람이 불었고 부모나 형, 누나, 동생 모두가 기대하던 개별의 공간이 생겼다. 방문을 닫으면 나만의 완벽한 개인공간이 확보되면서 또한 외부로부터 완벽히 차단되는 방범효과로 범죄까지 예방되는 멋진 주거지가 물밀듯이 공급됐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가 겪어왔던 불편함은 해소 했을지 모르겠으나 돌이킬 수 없는 아픔을 동반한다는 것을 누가 알았을까. 요즘은 옆집과 더불어 같은 통로에 누가 사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래서 늦은 밤 귀가하는 여성이 승강기에 함께 탄 이웃 아저씨를 두렵게 느끼고, 누군가 자살이라는 선택을 해도 모르고 산다. 오늘날 주거의 형태가 빚어낸 불행은 아닌지.

우리나라 국토는 대부분 산지와 구릉지가 많으며 인구에 비해 국토가 좁다보니 주택시장이 공급자 위주로 형성됐다. 동일한 구조의 주택이 시장을 잠식,1970년대 이후 꾸준히 공동주택(아파트) 중심으로 주택이 공급됐다. 핵가족화가 진행되고 가족 구성원 수는 줄어드는 반면 주택의 평균 면적과 방의 수는 계속 증가, 1인당 주거 면적이 크게 확대되는 구조로 발전된 것이다. 앞서 경험했던 일본의 사례를 방송으로 본 적이 있다. 인구수 감소와 핵가족화로 시골이나 위성도시에서는 공동주택(아파트) 동당 거주인이 5~6가구이며, 대부분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혼자 거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리비 부담으로 떠나고 싶어도 남은 대출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살아야 되고 주택 가격의 하락으로 매매 또한 힘들다고 한다.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도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 새로운 시각으로 공동주택(아파트)을 바라보았으면 한다. 다양화되고 있는 시대변화를 감안, 공간만 넓은 공동주택(아파트)이 아닌 개인이 직접 취향에 따라 계획하고 아이디어를 반영시킬 수 있는 공동주택(아파트)과 또한 오래도록 거주 할 수 있도록 튼튼하고 견고한 수명이 긴 설비와 구조 그리고 내부 공간을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는 다양한 구조가 필요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2인 이하의 가구가 2020년이면 895만 가구로 증가 할 것이라고 한다. 핵가족화와 고령화시대에 대비한 주택의 모습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우선적으로 건축사들이 앞장 서 소통과 화합의 주거가 되도록 건축적 해법을 찾아 내었으면 한다.

손진락 대한건축사협회 울산광역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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