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모피털 포인트 코트…삼엄한 경호 속 말 삼간 채 주변 둘러봐
김영남 “그림만 봐도 누가 북측 손님인지 알겠다” 농담도
조명균 “북측에서 귀한 손님이 오신다고 하니 날씨도 따뜻해져”

▲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9일 오후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강원도 평창 진부역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고위급대표단이 9일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김 제1부부장은 이날 오후 1시 46분께 북한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과 공항에 내렸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남관표 청와대 안보실 2차장이 게이트를 통해 북측 대표단과 함께 나왔다. 

3명의 북측 기자들을 앞세우고 김 상임위원장과 남 차장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 뒤를 김 제1부부장이 따랐다.

북한 대표단을 기다리던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환영합니다”라고 인사하자 김 상임위원장은 “고맙습니다”라고 화답했다.

김 제1부부장도 대기하던 남측 인사들을 향해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김 제1부부장 등은 조 장관의 안내를 받아 공항 내 의전실로 이동했다.

북한 대표단 단장인 김 상임위원장의 뒤를 따른 김 제1부부장은 소매와 칼라에 모피로 포인트를 준 검정 코트에 클러치백 크기의 가방을 어깨에 걸고 있었다.

김 제1부부장은 자신이 남한 땅을 처음 밟은 ‘백두혈통’의 일원이라는 시선을 의식한 듯 시종일관 많은 말을 삼간 채 미소를 띠고 있었다.

주변의 취재진을 바라볼 때는 턱 끝을 들어 올려 다소 도도해 보이는 인상을 풍기기도 했다.

의전실로 입장한 김 상임위원장과 김 제1부부장은 조 장관, 천 차관, 남 차장의 맞은편에 섰다.

김 상임위원장은 “여기서 기다립니까”라고 물었고 조 장관은 “5분 정도 계시면 될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조 장관은 자신의 맞은 편 상석을 가리키며 김 상임위원장에게 앉을 것을 권했다.

이에 김 상임위원장이 김 제1부부장에게 그 자리에 앉으라고 권했으나 김 제1부부장은 웃으면서 김 상임위원장이 앉을 것을 다시 권하고 자신은 그의 오른편에 앉았다.

김 상임위원장은 웃으면서 “그림만 봐도 누가 남측 인사고 누가 북측에서 온 손님인가 하는 것을 잘 알겠구만”이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지금 대기 온도가 몇 도나 되나”라고 묻자 현장 관계자가 15도라고 답했고 조 장관은 “많이 풀렸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조 장관의 말을 받아 “평양 기온하고 별반 차이 없네”라고 말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바깥의 온도를 물어본 듯하나 현장 관계자가 실내 온도를 대답해 양측이 소통에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며칠 전까지도 꽤 추웠는데 북측에서 귀한 손님이 오신다고 하니 날씨도 그에 맞춰 따뜻하게 변한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상임위원장은 “예전에 우리가 동양예의지국으로 알려진 그런 나라였는데 이것도 우리 민족의 긍지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라고 화답했다.

언론에 공개된 환담 시간에 김 제1부부장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20여분 간 환담을 마친 조 장관과 김 상임위원장 등은 평창으로 가는 KTX를 타러 인천국제공항역사로 향했다.

북한 대표단의 주변으로는 머리를 짧게 깎은 북측 경호요원들이 삼엄한 경호태세를 유지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황병서(당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당시 국가체육지도위원장), 김양건(당시 당 통일전선부장) 등 ‘실세’ 3인방이 방남했을 때와도 비교되지 않을 정도라는 평가가 나왔다.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도 함께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하는 와중에 경호는 특히 김 상임위원장과 김 제1부부장에게 집중됐다. 

앞뒤로 늘어선 경호요원 한가운데 자리 잡은 김 제1부부장은 때때로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기도 했다.

김 상임위원장 등은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의전차량을 타고 인천국제공항 KTX 역으로 이동했다.

역에 내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KTX까지 걸어가는 길에 김 제1부부장과 김 상임위원장 근처로 주변 사람들이 다가가려 하면 관계자들이 ‘거리를 유지해 달라’며 이를 제지했다.

북한 대표단은 오후 2시 35분께 KTX에 올라타 평창으로 향했다. 해당 열차는 정세균 국회의장 등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는 내빈들을 위해 특별 편성된 열차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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