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혁명 이후 급성장한 중국
세계 2대 경제대국으로 ‘우뚝’
군사력까지 갖춰 주변국 위협

▲ 권승혁 한국은행 울산본부 기획조사팀장

홍콩 배우 청룽(成龍)의 100번째 출연작품명은 ‘신해혁명(2011년 개봉)’이다. 신해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만든 영화로 청룽은 감독 겸 주연을 맡았다. 한국에서는 성룡으로, 영어권에서는 재키 챈(Jackie Chan)으로 친숙한 인물이다.

신해혁명(1911년)으로 2000여년간 이어져 온 황제 중심의 전제군주체제는 중국에서 막을 내리게 된다. 혁명을 주도한 쑨원(孫文)은 이듬해 중화민국 임시대총통에 취임한다. 중화민국은 아시아 최초의 공화국이다.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선거에 의해 선출된 대표가 나라를 통치하는 새로운 체제가 출범한 것이다.

영화 내용으로 다시 돌아가면 마지막 부분의 자막 내용이 눈에 크게 들어왔다. 신해혁명의 정신이 중국공산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혁명의 아버지’이지만 대만에서도 ‘국부’로 추앙 받고 있다. 민족, 민권, 민생의 삼민주의로 대표되는 그의 사상중 중국에서 가장 잘 구현된 것이 경제적 수준을 향상시킨 민생주의가 아닌가 싶다.

신해혁명 발발 1세기가 조금 지난 지금, 경제규모면에서 중국은 세계 제2의 대국으로 성장했다. 금년으로 40주년에 접어드는 개혁개방정책이 고속성장을 견인했다.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이 계획대로 실현된다면 금세기 중반경에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1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는 데 있어 상징적인 존재가 션전(深川)이다. 션전은 홍콩과 인접한 곳으로 1970년대까지는 작은 어촌에 불과했다. 그러나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중 하나로 지정된 이후 상전벽해의 변화를 겪게 된다. 1980년에서 2015년까지 인구는 33만명에서 1138만명으로 폭증했다. 같은 기간의 연평균 성장률은 23%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최근 40년간 션전 만큼 극적으로 변화한 도시는 전 세계에 없었다고 평가한다.

발전과정에서 션전의 부동산 가격과 임금은 크게 올랐다. 인구 10명당 1개 비율로 많은 기업이 집중된 탓이다. 채산성이 맞지 않는 노동집약적 공장들이 주변으로 빠져나갔다. 대신 금융, 물류서비스와 하이테크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이제 션전은 중국의 혁신 중심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중국기업의 국제특허출원건수 절반이 이 지역에서 나오고 있다.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기업(포츈지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중 270개 정도)들은 이곳을 생산거점에서 연구개발 거점으로 전환하고 있다.

혁신의 기운이 고조되고 있는 션전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로도 불린다. 중국의 대표적인 인터넷관련 기업 텐센트, 중국 스마트폰 최대기업 화웨이,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전문기업 BYD, 상용드론 세계최대기업 DJI 등이 이곳에서 탄생했다. 전기전자 부문의 세계 수도로서 창업을 희망하는 젊은이들이 국내외에서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대중창업(大衆創業), 만중혁신(萬衆革新)등의 슬로건을 내걸고 창업활성화를 도모하는 정부 정책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이렇게 축적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력 증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회주의국가이면서 자본주의 국가보다 심각한 빈부격차, 연금재정의 고갈을 우려할 정도의 빠른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서도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는 항공모함을 조만간 3척 운용할 계획이다. 군비 확장은 미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고 있다.

쑨원과 일본의 관계는 밀접했던 것 같다. 쑨원의 2차례에 걸친 망명지였고 망명시 일본인 여성과 결혼도 했다. 일본인 실업가에게는 수 십조원 상당의 혁명자금을 지원받았다고 한다. 그런 쑨원이지만 1924년 코베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제국주의의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일본을 이렇게 꼬집었다. ‘일본은 서양 패도(覇道)의 앞잡이가 될 것인가, 아니면 동양 왕도(王道)의 간성이 될 것인가?’ 패도는 물리력을 동원해 세력을 확장하는 것, 왕도는 도덕과 규범을 통해 국제적 신뢰를 확보하는 리더십이다. 쑨원이 지금도 살아 있었다면 중국의 현재 행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할 지 궁금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권승혁 한국은행 울산본부 기획조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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