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기록 세우고도 1초22차로 4위 오른 이승훈, 아쉬움 속에 허탈한 웃음
“팀 추월에선 꼭 메달 따겠다”

▲ 15일 오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0m 경기에서 대한민국 이승훈이 힘찬 레이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0m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우고도 간발의 차이로 메달을 놓친 이승훈(30·대한항공)은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15일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0m에서 12분55초54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날 기록은 이승훈이 2011년 2월 19일 2010-2011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월드컵 7차 대회에서 작성한 한국 기록이자 자신의 최고기록인 12분57초27을 7년 만에 무려 1초73이나 줄인 한국 신기록이다.

그러나 남은 3조 6명의 선수 중 3명의 선수가 이승훈의 기록을 깨면서, 이승훈은 4위로 경기를 마감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인터뷰했던 이승훈은 최종 순위 확정 후 다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취재진을 보며 웃는 얼굴로 “아…”라며 탄식을 하다가 “그래도 스벤 크라머르(네덜란드)는 이겼으니 괜찮다”라며 애써 자신을 달랬다.

이승훈은 이번 대회 남자 5,000m에서는 5위에 올랐고, 10,000m는 4위로 마감했다.

두 번이나 아쉽게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특히 이승훈과 3위 니콜라 투몰레로(이탈리아·12분54초32)의 차이는 불과 1초22였다.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크라머르는 13분 1초 02의 저조한 성적으로 6위에 머물렀다.

이승훈은 “(메달과) 인연이 없나 보다”라며 “오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것 같지만, 팀 추월에선 꼭 메달을 따겠다”라며 웃었다.

한편 이승훈은 이날 최고의 레이스를 펼쳤다. 6,000m 지점부터 한 바퀴 랩타임을 30초대로 줄이면서 스퍼트를 시작했고, 마지막 바퀴에서는 랩타임을 29초74를 찍으면서 한국신기록이자 자신의 최고기록을 돌파했다.

그는 “레이스를 시작하기 전에 랩타임을 미리 계산했다”라며 “그 계산대로 경기가 잘 운영돼 좋은 기록이 나오게 됐다. 목표한 만큼 탔다”고 결과에 만족스러움을 표시했다.

6,000m 지점부터 스퍼트를 시작한 이유에 대해선 “기존 경기를 보면 6,000m 이후 랩타임이 느려지는 편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6,000m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계획하고 경기에 나섰다”라며 “ 특히 보프 더용 코치가 마지막에 승부를 걸라고 주문했는데, 이런 부분이 좋은 기록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훈은 이날 레이스 초반 함께 뛴 독일의 모리츠 가이스라이터와 페이스를 맞춰서 뛰었다. 결과적으로 서로에게 바람막이가 돼 주면서 공기저항을 줄였다.

이승훈은 “사이스라이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속력으로 타는 선수”라며 “특히 키가 큰 선수인데, 바람을 막아줘 기록에서 이득을 봤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장엔 구름관중이 모여 이승훈의 이름을 연호했다. 그동안 국내에선 볼 수 없던 모습이었다.

이승훈은 “스피드스케이팅 인기가 많은 네덜란드에 가야 이런 함성을 들을 수 있다”라며 “나를 위해 이렇게 많은 분이 응원해주신 것은 처음이었다. 힘이 많이 됐다”라며 웃었다.

그는 메달을 노리고 있는 남자 팀 추월과 매스스타트에 집중할 예정이다. 다만 10,000m 경기를 치르느라 떨어진 체력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이승훈은 “지금 같은 컨디션이면 회복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웃었다.

최고의 몸 상태를 자랑하며 4관왕에 올랐던 지난해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 게임 때와 컨디션을 비교하는 질문에 “오늘의 기록이 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