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중한 시민장애인주간보호센터장

어릴 적 내가 살던 곳은 경북 봉화의 작은 산골 마을이었다. 동네 입구 참기름 집에 ‘버버리 아줌마’로 통하는 청각장애 아주머니가 계셨다. 동네 어른들은 그 아주머니와 손짓 발짓으로 참기름을 사고 이야기도 나누었다. 어릴 적 동네에서 몇몇 장애인은 특별하지 않은 이웃이었다. 요즘은 이웃과 소통이 줄면서 장애가 더욱 낯설어졌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우리가 몰랐던 이웃인 발달장애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발달장애인을 잘 모르는 분들에게 소개하는 첫 이야기는 ‘일생’이다. 나이에 따라 발달장애인을 따라가면 삶의 어려움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달장애는 대부분 태어나서 얼마 되지 않은 영아기에 발견된다. 출생과 더불어 부모는 죄의식, 절망, 슬픔 등으로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성장하면서 조기 치료를 위한 다양한 치료실을 이용한다. 대부분 의사소통에 많은 어려움으로 언어치료실을 다닌다. 학교에 진학하면 장애와 환경에 따라 특수학급(도움반), 특수학교 등에서 교육을 받는다.

성인이 되면 소수의 발달장애인만이 대학에 가거나 취업을 한다. 장애인통계에 따르면 15세 이상 발달장애인 중에서 26.6%만이 경제활동에 참여한다. 전체인구와 비교하면 약 37%나 낮은 수준이다.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대부분 발달장애인은 복지기관을 이용하거나 가족의 보호를 받는다. 30대의 발달장애인은 큰 변화가 없지만 복지기관을 옮겨 다녀야 한다. 복지기관의 이용 기간에 따라 일정기간이 지나면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찾지 못하면 가족이 24시간 동안 고스란히 보호해야 한다.

40대 이상 발달장애인의 생활은 아주 심각해진다. 복지기관 이용에 연령 제한으로 40대 이상은 이용하기 매우 어렵다. 이용 기간이나 연령의 제한은 발달장애인에 비해 복지기관이 적어서 만들어진 궁여지책이다. 가정의 상황은 더욱 힘들다. 부모님은 연세가 많아지고 형제자매들은 결혼해서 발달장애인을 보호하기 어렵다. 그래서 40대 이후를 걱정하는 장애 부모의 가슴 아픈 한마디가 ‘자식보다 하루만 더 살고 싶다’이다.

우리가 몰랐던 이웃의 삶은 그리 녹록지 않다.

최근에 발달장애를 소재로 한 영화 두 편이 상영되었다. ‘채비’와 ‘그것만이 내 세상’이다. 내용은 다르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발달장애인의 삶을 고민하는 가족의 이야기이다. 의학과 복지서비스의 발전으로 10년 전보다 발달장애성인은 2배로 증가했다. 중년과 노년의 발달장애인이 많아지면서 가족의 고민은 깊어진다. 장애 가족들이 하루만 더 살고 싶다고 가슴 아픈 소원을 빌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김중한 시민장애인주간보호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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