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라-겜린 환상의 프리댄스
한복 변형의상 입고 감동선사
韓 올림픽 아이스댄스 최고점

▲ 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댄스에서 한국의 민유라와 알렉산더 겜린이 ‘아리랑’에 맞춰 연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민유라-알렉산더 겜린 조가 올림픽 무대에서 감동의 ‘아리랑’ 연기를 선보였다.

20일 오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댄스에서 민유라-겜린 조는 ‘아리랑’에 맞춘 환상의 프리댄스로 기술점수(TES) 44.61점, 예술점수(PCS) 41.91점을 합쳐 86.52점을 받았다.

쇼트 댄스 점수 61.22점을 합친 총점은 147.74점으로 프리 댄스 연기를 한 20팀의 선수 가운데 18위다.

비록 지난해 10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챌린저 시리즈 민스크 아레나 아이스 스타 대회에서 받은 자신들의 공인 최고점 152.00점에는 못 미쳤지만, 민유라-겜린 조는 한국 아이스댄스 선수들의 올림픽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이전에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아이스댄스 선수는 2002 솔트레이크올림픽에서 양태화-이천군 조가 유일했다.

특히 이날 민유라-겜린의 프리 댄스 연기는 한복을 변형한 의상을 입고 소향의 ‘홀로 아리랑’에 맞춰 성적 이상의 감동을 주는 연기를 펼쳤다.

전날 라틴 음악에 맞춘 쇼트 댄스가 정열적이고 발랄한 이미지였다면, 이번 프리 댄스는 애절하고 서정적인 분위기였다.

한국 무용을 연상시키는 동작으로 안무를 시작한 두 선수는 겜린이 제자리에서 민유라를 들어 올리는 첫 과제 스테이셔너리 리프트(레벨4)를 안정적으로 수행했다.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으로 시작하는 가사가 시작되고 한국적인 안무를 이어간 민유라-겜린은 두 선수가 원형으로 이동하는 서큘러 스텝 시퀀스(레벨3)에 이어 난도 높은 콤비네이션 스핀(레벨4)도 잘 마무리했다.

음악이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겜린이 민유라를 들고 직선으로 이동하는 고난도 스트레이트 라인 리프트(레벨4)를 멋지게 해내자 관중석에선 뜨거운 박수가 나왔다.

민유라와 겜린은 나란히 서서 똑같이 돌며 이동하는 싱크로나이즈드 트위즐(레벨2)도 한국적인 느낌을 살려 표현했으며, 대각선으로 이동하는 다이어고널 스텝 시퀀스(레벨3)에 이어 겜린이 민유라를 들고 도는 로테이셔널 리프트(레벨3)까지 아름답게 수행했다.

코레오그래픽 스피닝 무브먼트와 코레오그래픽 댄스 리프트까지 9가지 과제를 모두 수행한 두 선수는 바닥에 앉아 한 손을 들어 올리는 아름다운 자세로 연기를 마쳤다.

이들의 눈빛과 표정뿐만 아니라 손끝, 발끝에서도 애절함이 묻어나왔다. 클라이맥스로 치달아가는 ‘아리랑’에 맞춰 선수들이 어려운 리프트와 스핀 동작을 할 때마다 관중은 아낌없는 박수로 화답했다.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원곡 ‘홀로 아리랑’의 가사 속 ‘독도’ 구절이 정치적 논란을 우려해 3초간 삭제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으나 눈을 뗄 수 없는 이들의 연기 속에 가사의 공백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민유라-겜린은 관중과 함께 호흡하며 그토록 바라던 ‘아리랑’ 연기를 멋지게 마쳤다.

두 선수는 뜨거운 포옹을 나눴고, 관중은 긴 박수로 감동 연기에 화답했다.

이날 관중석에선 다른 날보다 태극기를 흔드는 한국 관중이 많이 눈에 띄었고, 한복을 입고 온 관객도 있었다.

민유라와 겜린은 올림픽 시즌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낮은 인지도를 우려한 주위의 만류에도 ‘아리랑’을 고집했고, 결국 ‘아리랑’ 연기로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올림픽에서도 쇼트 댄스 예선을 통과해 ‘아리랑’ 프리 댄스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고 입을 모았던 민유라와 겜린은 이날 꿈의 무대를 마친 후 “우리가 고집한 ‘아리랑’을 올림픽까지 와서 연기했다는 것이 만족스럽다”고 환히 웃었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재미교포 민유라는 “팬들의 응원이 너무 좋아서 정말 쉽고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었다”며 “마지막에 음악이 클라이맥스로 향할 때 나도 큰 감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국적을 얻은 미국 태생의 겜린은 한복을 입고 연기하는 것에 대해 “태극기를 달고 스케이트를 타는 기분”이라며 “이걸 입음으로써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관객과 공유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미소 지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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