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광표 태화강정원박람회 조직위원장.동국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도시내 그린인프라 확대시켜
삶에 지친 시민들에 활력주고
국가정원 지정 준비단계 역할

2018 태화강정원박람회는 총 64개소의 정원을 조성·전시하고, 정원과 관련된 여러 행사들도 열어 국민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축제의 장이 되도록 준비하고 있다. 정원박람회의 핵심요소인 정원은 해외초청작가 3인, 특별초청작가 1인, 국내작가 20인과 시민, 학생 각각 20인에 의해 만들어진다. 정원박람회는 태화강에 문화의 옷을 입히고, 도시에 자연생태계를 직조하고, 울산시민들의 일상에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기획된 행사이다. 태화강에 문화라는 새옷을 입히는 것은 자연생태와 문화의 통섭을 통해 태화강을 새로운 장소로 변화시키고자 하는데 의미를 둔다. 태화강은 울산의 역사를 담고 있고 울산사람들의 삶이 녹아있는 울산의 상징이다.

울산이 공업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태화강이 있었기에 가능하였고, 울산이 생태도시로 변모할 수 있었던 것도 태화강이라는 자연환경 복원이 계기가 되었다.

태화강정원박람회는 울산이라는 도시의 그린인프라를 만드는 기반으로 활용하는 목적도 있다. 그린인프라는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을 실현하는 핵심키워드이다. 울산처럼 급속하게 성장하고 시가화된 도시에서는 그린인프라를 도시구조에 직조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이미 조직된 도시구조에서 점, 선, 면적 녹색공간을 형성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울산의 시가화구역을 관통하는 태화강에 정원의 개념을 부여한다면, 도시의 선적 그린인프라를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태화강정원박람회는 또 많은 도시민들이 겪고 있는 온갖 병리적 현상을 치유하는데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정원이라는 것이 즐거움을 찾고 심신의 피곤함을 달래기 위해 만들어져 왔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는 사실이다. 태화강정원박람회에 조성된 정원들이 존치되고, 지속적으로 만들어져 태화강국가정원을 채워나간다면, 정원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효과들이 현실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렇게 태화강에 만들어지는 인공자연은 삶에 지친 도시사람들의 일상에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스트레스를 풀어 활력을 되찾게 만드는 것은 물론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삶의 의미를 관조하는 대상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효과 말고도, 태화강정원박람회는 또 다른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그것은 울산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가정원 지정을 위한 하나의 준비단계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정원이라는 것은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질적, 양적으로 가장 높은 단계의 정원유형이며, 국가가 조성하고 운영하는 법정공간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순천만국가정원 단 한곳만이 국가정원으로 지정돼 있어, 향후 정원문화의 확산을 위해 정부에서는 국가정원을 몇곳 더 지정할 계획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울산시의 태화강국가정원 지정을 위한 다양한 노력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태화강은 자연환경적 여건에 비해 문화환경적 컨텐츠가 부족한 터라, 국가정원의 품격을 가지기 위해서는 정원박람회와 같은 행사를 통해 우월한 문화환경을 보완하는 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것은 순천만국가정원의 경우도 거쳤던 절차이기도 한데, 그것은 정원이라는 것이 문화적 속성을 가진 것이지 자연 그대로의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태화강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에서는 태화강정원박람회의 성격을 한편으로는 박람회로서,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정원 지정의 한 단계로서 작동하는 듀얼시스템을 가지도록 준비하고 있다.

일각에서 기존의 태화강만으로도 국가정원으로서의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그러나 이것은 국가정원의 성격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정원이라는 것은 자연환경이 바탕이 되어 그 시대, 그 장소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그대로 묻어있는 문화적 유기체이다. 따라서 문화적 컨텐츠가 없는 자연환경은 정원이라고 할 수 없으며, 더구나 국가정원으로서의 품격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암각화가 그려지지 않은 반구대 바위가 국보로 지정될 수 있었겠는가? 반구대암각화는 바위에 새겨진 그림이 그 시대에 살고 있었던 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었던 것이다. 정원 역시 마찬가지이다. 태화강이라는 좋은 자연환경이 있지만 그것만 갖고 국가정원으로 지정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태화강이 가진 훌륭한 자연환경에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울산사람들의 문화가 정원이라는 코드로 입력될 때, 비로소 국가정원으로서의 품격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울산시민들이 공유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홍광표 태화강정원박람회 조직위원장.동국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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