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주주·GIO 직함만 유지…내년 대기업 총수 지정에 영향 줄 듯

네이버를 창업한 이해진(51)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19년 만에 회사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다.

작년 3월 ‘회사 사업에만 매진하겠다’며 네이버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은 지 1년 만이다.

네이버는 26일 열린 이사회에서 내달 19일까지인 이해진 GIO의 사내이사직을 연임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 GIO는 1999년 네이버를 세운 이후 줄곧 이사회 핵심 멤버로 활동해 왔다.

이번 결정과 관련해 네이버는 “산업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글로벌 시장 상황에서 GIO로서의 직무에 더욱 전념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 GIO는 사내 GIO 직함과 최대 개인주주(작년 9월말 기준 4.31%)로의 지위만 유지하게 된다.

이 GIO는 최근 유럽과 일본 등지를 다니며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대상 기업 물색 등에 주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등기이사직 퇴진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네이버 총수(동일인) 지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 GIO는 작년 9월 공정위의 첫 네이버 총수 지정을 앞두고 ‘자신은 회사를 지배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지만, 공정위는 이 GIO을 총수로 정한 바 있다.

이 GIO가 네이버의 개인 최대 주주이며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는 만큼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총수가 되면 자신과 친족이 소유하는 기업에 ‘일자리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등 법적 책무가 종전보다 훨씬 더 무거워진다. 이 GIO는 총수라는 지위 때문에 작년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해 네이버와 관련한 질타를 듣기도 했다.

그러나 이 GIO가 이사회를 떠나게 되면서 올해 9월 다시 이뤄질 네이버 총수 결정에 어떤 여파가 있을지 주목된다.

이 GIO 측은 애초 네이버가 여러 주주의 의사에 따라 합리적으로 움직이는 회사인 만큼 ‘총수 없음’ 결정이 나오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금껏 공정위는 KT처럼 명백히 주인이 없는 사례를 제외하고는 민간 대기업에 무(無)총수 결정을 내린 바가 없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번 등기이사직 결정과 동일인 지정 문제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이 GIO의 후임 사내이사는 최인혁 비즈니스위원회 리더가 맡기로 했다. 최 리더는 회사 지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최 리더에 대해 “네이버 초창기 멤버로 합류해 이후 개발경영진을 역임했을 뿐 아니라 서비스운영·비즈니스 등 다방면에 걸쳐 풍부한 경험을 쌓아 왔다”며 “네이버에 대한 깊은 이해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사회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사외이사인 이종우 숙명여대 교수 역시 연임을 않기로 했으며, 이인무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가 그 뒤를 이을 예정이다.

이로써 네이버 이사진은 변대규 의장(휴맥스홀딩스 회장)을 비롯해 사내이사로 한성숙 대표·최인혁 리더, 사외이사에 김수욱 교수·정의종 변호사·홍준표 교수·이인무 교수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새 이사진은 내달 23일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은 이후 최종 선임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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