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져나오는 베이비부머 은퇴세대

그들을 지속성장 동력으로 활용하려면

평생학습 활성화가 유효한 대안 될수도

▲ 정명숙 논설위원실장
직장에서 은퇴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무엇일까. 직장인에게 퇴직은 마치 쳇바퀴 돌리는 재주로 먹을 것 걱정 안하고 살던 다람쥐가 쳇바퀴를 벗어나 산속으로 들어선 것과 같은 불안감으로 다가온다. 놀다보면 요령도 생긴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주어진 그 많은 시간과 정해진 코스가 없는 드넓은 공간 앞에 잠시 막막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필자가 아는 은퇴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무언가를 배우러 간다. 쳇바퀴를 돌리느라 관심이 있으나 해보지 못했던 취미생활을 먼저 시작한다. 더러는 음악 미술 서예 문학 사진 등 예술활동을, 더러는 탁구 헬스 요가 골프 등 운동을 배우러 강습소에 등록을 한다. 그렇다고 시설 좋은 사설학원을 찾아가는 사람은 드물다. 자녀 혼사 등 큰 일도 생각해야 하고 수입이 줄어드는 노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비싼 학원을 갈 엄두는 못낸다. 쉽게 찾는 곳이 동주민센터나 문화원, 도서관 등이다. 이들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강습은 시간 맞춰 수강신청을 해야 하는 약간의 수고만 감수하면 한달에 1만원 가량이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무료도 많다.

학습은 ‘아직 젊은’ 은퇴 세대의 다수가 선택하는 제2 인생의 출발점인 셈이다. 적절한 일자리가 이어진다면 마다할 리 없지만 지금의 우리 사회는 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해줄 형편이 아니다. 성장정체에 직면한 울산의 경제구조나 4차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국제경제로 볼 때 곧장 새로운 직장을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것을 잘 아는, 대부분의 그들은 공공기관의 강습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확장해나가면서 또다른 삶의 가치를 찾게 되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다. 하지만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충분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특히 학습 자체가 경력이 될만큼 체계화, 다양화, 전문화가 요구된다. 시차원의 통합적 관리도 필요하다.

대안은 평생학습(life­long learning, 또는 평생교육 life-long education)제도의 활성화다. 평생학습은 ‘개개인이 주체적 학습자로서 평생에 걸친 학습생활을 주체적으로 관리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다양한 계층의 전 국민이 평생학습의 대상이지만 특히 고령사회에 매우 유효적절한 대안이다. 울산은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가 약 17만 명에 이른다. 전체 인구의 16% 가량이다. 은퇴세대가 된 그들이 한해 7000여명씩 대거 퇴직 중이다. 이들에게 평생학습은 또다른 인생을 향해 한걸음 내디딜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는 디딤돌이 된다. 개인 복지는 물론이고 도시의 경쟁력과 정주의식 향상의 밑거름이 된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3년 뒤면 울산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로 들어선다. 그들은 기존 노인세대들과는 달리 교육·자산·전문경력을 갖춘 고급 인력이다. 그들이 지속성장의 동력이 되게 하는 지원정책은 시대적 요구다. 울산시는 7년 전 정부 정책에 따라 울산평생교육진흥원을 설립했으나 구색갖추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다. 출범 때부터 독립된 기관이 아니라 울산발전연구원장이 평생교육진흥원장을 겸직하게 함으로써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지금은 울산시가 장학사업을 주목적으로 설립한 인재육성재단으로 옮겨져 팀의 하나가 됐다. 평생교육진흥원장은 인재재단에 파견나와 있는 공무원인 사무국장이 겸하고 있다. 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울산의 미래를 고려하면 평생학습 활성화는 도시경쟁력과도 직결된다. ‘아직 젊은’ 그들이 행복한 도시, ‘평생학습도시’가 그 대안의 하나임은 분명해 보인다.

정명숙 논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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