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화 게놈산업기술센터장 UNIST 교수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은 개개인의 생활습관 정보, 가족력, 유전체(게놈) 정보 등 다양한 환경 및 유전 특성을 고려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질병 예측과 맞춤 치료를 위한 연구와 의료행위이다. 이것의 장점은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통해 최적화된 약 처방과 효율적인 질병 예방이다. 결국,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정밀의학의 배경은 개인 유전정보의 총합인 유전체(genome, 게놈)를 분석하는 기술의 급성장과 그 비용의 하락이다. 하지만 유전체 데이터를 실제 임상에 활용하기 위해선 유전체 빅데이터의 정밀한 분석이 필수적인데, 최근 4차 산업의 핵심으로 주목받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 유전체 빅데이터 분석에 활용되고 있는 이유가 유전체 데이터의 방대한 규모와 복잡성 때문이다.

유전체 기반의 정밀의학은 다양한 질병 연구와 치료에 응용되고 있으나 무엇보다 암(cancer) 연구와 치료에 많이 적용되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을 주축으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방법(Next-Generation Sequencing, NGS)을 이용한 암유전체 연구들이 진행되어오고 있는데, 이러한 대규모 암유전체 연구를 통해 암 환자들의 종양 유전체에 존재하는 다수의 돌연변이가 검출되고 있다. 이런 암유전체 데이터는 표적치료제 및 면역치료제 등 새로운 암 치료제들을 테스트하는 대규모 임상시험과 연계되어 치료제가 개인마다 차이를 갖는데 기여하는 다양한 유전적인 원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최근에는 피 속에 떠다니는 혈중암세포(Circulating Tumor Cell, CTC)와 암세포 유래 DNA(circulating tumor DNA, ctDNA)를 정밀하게 검출하는 액체생검(liquid biopsy)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런 혈중암세포와 암세포 유래 DNA를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방법으로 분석하여 암의 조기진단과 예후 모니터링에 활용하고자 하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게놈 기반 정밀의학이 한국에서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인 특이적인 대규모 유전체 데이터 확보가 우선이다. 암 등의 질병 관련 유전체 데이터뿐만 아니라 정상인에 대한 대량 유전체 데이터 확보와 분석이 필수적이다. 이는 인족 간의 유전체 정보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인데, 지금까지 생산된 대용량 유전체 데이터들은 서양인 위주여서 한국인 특이적인 유전 변이들을 분석하는 데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가령 백인에게서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유전 변이가 한국인에게는 흔하게 나타날 수도 있으며 그 반대인 경우도 많다. 단순히 유전변이의 빈도뿐만 아니라 유전변이들의 구성과 조합도 인족 특이적인 면이 강하게 있어 무엇보다 한국인에게서 나타나는 유전변이에 대한 기반 게놈표준 데이터 확보가 절실하다.

2017년부터 진행된 울산만명게놈프로젝트는 이런 한국인 유전체기반 표준데이터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한국인 정상인 유전체 데이터 생산과 분석을 통해 한국인에게서 나타나는 다양한 유전변이에 대한 기반 정보를 구축하고 이를 이용해 한국인에게서 나타나는 다양한 질환 및 질병에 대한 유전체 분석에 응용함으로써 질병 관련 유전변이를 좀 더 정확하게 검출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대규모 개인 유전체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인의 각종 질병에 대한 위험도를 예측하여 이를 바탕으로 미리 맞춤형 식습관 및 생활방식을 적용하여 질병의 발병률을 낮추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정밀의료는 인공지능을 통한 빅데이터 분석, IoT 및 클라우드 기술을 이용한 바이오·헬스 빅데이터 수집 및 분석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정밀의료의 핵심은 바이오·헬스 빅데이터 확보에 있으며 그 중심에 개인별 유전체 데이터 생산과 분석이 있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방법의 기술이 발전하여, 그 비용이 떨어지고 있어 개인 유전체 분석 100달러 시대가 도래할 예정이다. 울산의 UNIST에서도 최근 게놈 관련 기술의 상용화와 관련 실무인력 양성을 위하여 게놈산업기술센터(KOGIC, 코직)를 개소하여 게놈 산업기반을 한 차원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박종화 게놈산업기술센터장 UNI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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