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세창 아트엠월드와이드(주) 경영지도사 전 울산발전연구원 행정실장

정확히 10년 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금융과 산업계에 처절한 불황기를 맞는다. 미국은 2000년대 911테러, 아프간, 이라크전쟁 등으로 침체에 빠진 경기불황을 극복하기위해 금리를 낮추어 소위 모기지론 (주택담보대출)으로 경기회복을 시도했다, 그 후 부동산투기가 정점에 이를 즈음, 과열을 막기 위해 미연방준비은행이 금리인상을 단행하자 버블이 꺼지면서 IB(투자은행/Investment Bank) 대표주자 중 하나인 Lehman Brothers의 파산으로 촉발된 불황의 시기였다. 지금 우리나라도 주택담보 가계부채가 심각한 지경에서 금리인상 시기와 맞물려 시사하는바가 예사롭지 않다.

‘위기는 바로 기회이고 불황일 때 투자하라’는 경제 격언이지만 이에 대한 결정권은 무한책임을 갖고 있는 오너 CEO의 몫이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인 2008년말경 모니터 세계최대 메이커인 울산의 삼성SDI와 삼성전자가 각각 1조원씩 투자, 천안에 첨단모니터부품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공장을 건설, 양산에 들어간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4년후 2012년 이래 연속 6년간 세계TV시장에서 1등 공급메이커였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OLED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던 일본의 도시바는 실기(失機)한 결과, 현재 글로벌 M&A시장에서 유랑(流浪)신세가 되고 있다. 글로벌 경쟁에서의 냉엄한 타산지석(他山之石) 사례이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규모가 일본 전자업계 전체보다 많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일이다. 이는 무기한, 무한책임 위치에 있는 재벌총수의 결단의 몫을 일컫는 부분이다. 선대 회장의 반도체 투자 유훈(遺訓), 90년대부터 반도체, 디지털, 가전, 모바일, OLED 투자에 이르기까지 그룹총수의 결단이 오늘의 자랑스러운 삼성의 모습으로 진화를 이끌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배경에는 미래전략기획실같은 글로벌 시장정보 분석과 장기전략 기획 등 삼성고유의 조직문화가 뒷받침한 결과이기도 하다.

필자는 업무차 도쿄출장시 귀국길에 수시로 아끼하바라(秋葉原) 전자상가에 눈부신 일본 전자제품에 현혹, 호주머니 걱정으로 발길을 돌린 적이 있었다. 당시는 국산 전자제품이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시기였다. 오늘날 세계 어딜 가도 삼성, LG 브랜드의 깃발을 보노라면 감개무량하고 자랑스럽기 그지없다. 지난해 삼성의 그룹 승계권자가 국회청문회에서 미래전략기획실 폐쇄하도록 닦달당한 모습이 TV화면에서 비춰진 일이 있었다. 그 결과 미래전략기획실이 폐쇄됐다. 국익에 반하는 일을 아무도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그룹구성원의 일탈에 대한 법집행과 거리가 먼, 국가의 자산인(국내GDP의 17%) 삼성브랜드 이미지와 자존심의 상처가 글로벌 경쟁업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은 명약관화한 일(利敵). 아마도 일부 삼성가족은 그날 마음의 조기(弔旗)로 허망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더욱이 승계권자는 뇌물죄로 기소돼 1차 구속적부심 담당판사는 인터넷 댓글에 시달렸다는 풍문이다. 아마도 그분의 머릿속에는 국가경제에 미치는 삼성의 총수공백, 그리고 세계시장에서의 국익(國益)과 품격에 영향을 끼칠 삼성브랜드의 충격 등 고뇌가 깊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특검에서도 이를 감안하여 대승적 차원에서 2차기소를 하지 않고 법집행을 했다면 일부 반대여론이야 있었겠지만 국익을 위한 결단이라는 평가를 받지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총수공백으로 기대 사업과 수익이 지연되거나 실기될 경우 國富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은 누가질 수 있을 것인가. 적어도 역사적으로는 국회의원이든 어느 법조인이든 면책특권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에. 실제 주요사업이 줄줄이 보류되는 현실을 우려하는 신문기고문도 심심찮게 나온다.

중국의 전자업계(화웨이, ZTE 등)가 수년내 한국전자업계를 추월하겠다는 전략을 구사중이라 한다. 물론 그 뒤에는 중앙정부의 계획된 지원이 있다는 사실이다. 여타 선진국에서도 특허권 분쟁, 상계관세 등, 비관세장벽으로 자국기업보호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현실이다. 이번 일련의 사태에서 재벌 총수가 하루 빨리 경영일선에 복귀, 그동안의 過는 철저히 혁신되고, 功은 더욱 살려 글로벌 선두주자로서 승승장구,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모든 사안에 공과가 있듯이 과(過)는 적폐라는 이름으로 청산 중인바, 그에 못지않게 공(功)도 들추어내어 국민 모두에게 교훈, 격려와 칭찬, 포상 등으로 사기 충전과 통합의 한해가 되길 소망해 본다.

강세창 아트엠월드와이드(주) 경영지도사 전 울산발전연구원 행정실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