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화길 ‘다른 사람’

·강화길 ‘다른 사람’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데이트 폭력 다뤄

·최형아 ‘굿바이 세븐틴’
최근 화두인 ‘미투’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소설

·박민정 ‘아내들의 학교’
여성혐오라는 무거운 주제 가상현실 속에 담아

·존 로스 ‘야수의 송곳니를 뽑다’
美 대표 신학자 성추행 사건 전말 파헤친 기록물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성차별적 현실을 그려내 동시대인으로부터 폭발적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사회 각계각층으로 확산되는 미투(#MeToo) 운동도 한 달을 넘기며 새로운 국면을 맞고있다. 출판계 역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성폭력’ ‘여성혐오’ ‘페미니즘’ 등 불편하고 아프지만 더이상 묵과할 수 없게 된 우리들의 민낯을 들여다 볼 차례다.

▲ 최형아 ‘굿바이 세븐틴’

강화길의 장편소설 <다른 사람>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데이트 폭력에 대해 날카로운 시선을 들이댄다. 주인공 진아는 직장상사이자 남자친구인 상대로부터 폭행을 당하다 견디다 못해 고소를 한다. 가해자에겐 고작 벌금 300만원. 그녀를 애처롭게 바라보던 사람들의 시선은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바뀌고, 어느새 그녀는 ‘맞아도 싼 년’이 돼버린다.

트위터에 올려진 댓글을 따라 주인공이 고향 안진으로 내려가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12년 전 그 곳에는 수진, 유리, 동희, 현규가 있다.

이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들. 이들과의 사이에서 일어난 일들이 각 자의 입장에서 서술되며 씨줄과 날줄로 뻗어간다. 강간, 데이트 폭력, 여성혐오, 인터넷 여론몰이 등 온갖 종류의 폭력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의 끝자락은 우리 사회 가해와 피해가 과연 우리 스스로와 무관한지, 소설의 제목처럼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그치는 지 묻고 있다.

▲ 박민정 ‘아내들의 학교’

최형아의 장편소설 <굿바이 세븐틴>은 미투운동이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요즘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들에게, 끔찍한 기억을 잊고살던 기성세대들에게 자신과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소설은 열일곱에 끔찍한 성폭력을 당한 주인공의 파괴된 내면과 끝나지 않는 고통에 대해 다루고 있다. 과거의 기억은 오늘날도 계속된다. 미투를 외치며 어렵게 용기를 낸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2차 피해 사례는 빈번하다.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피해자와 단죄를 받지 않고 살아온 가해 남성이 대비되는 장면은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단면이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이지만 작가는 세밀한 심리 묘사와 독특한 이야기 구조로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미투’를 택한 여성들을 응원하고 있다.

박민정의 두번째 소설집 <아내들의 학교>에는 총 7편의 중단편소설이 담긴다. 살인과 같은 극단적인 사건에서부터 몰래카메라와 같은 은밀한 폭력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여성혐오와 관련된 다양한 사례를 소설 속으로 가져오고, 그 동안 덜 시급한 것으로 취급돼 온 여성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다. 표제작 ‘아내들의 학교’는 동성 간의 결혼이 합법화 된 가상의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이를 바라보는 배타적인 시선과 그를 뛰어넘어 더 깊은 문제점을 다룬다. 여성혐오와 민족문제가 결탁하는 양상을 날카롭게 파헤친 ‘행복의 과학’과 ‘A코에게 보낸 유서’ 등을 통해 어느 때보다 뜨거운 현 시대의 이슈를 돌아보게 한다.

▲ 존 로스 ‘야수의 송곳니를 뽑다’

<야수의 송곳니를 뽑다>는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신학자 존 하워드 요더(1927~1997)의 성추행사건 전말을 추적한 책이다.

기독교 윤리학계의 거장으로 불렸던 요더는 많은 여성을 상대로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저지른 사실이 1990년대 초반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후 20년간 요더와 관계한 수많은 개인과 그룹, 교회와 기관들은 요더의 행동에 대한 비밀 보장에 동의하고, 정보를 통제했으며, 피해자들을 무력화하는 데 앞장섰다.

책은 미국 메노나이트 교단이 그동안 열람이 통제됐던 기관들의 자료를 조사해 진실을 밝혀낸 기록물이다. 피해자들을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신학적인 입장에서 요더의 잘못 인식된 성의 정치학을 비판한다. 편집자인 존 로스는 “올바른 기억은 대규모 집단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까지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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