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유출 계속되면 한국미래는 암울
이제는 애국심으로 막기는 힘든 세상
조직문화등 개선으로 인재 유인해야

▲ 김의창 동국대학교 정보경영학과 교수

발전하는 국가들은 고급인력의 유출을 막고, 외국의 우수한 인력을 영입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이러한 노력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고급인력을 많이 확보한 나라는 성장하고 있고, 우수한 인력이 적은 나라들은 벼랑으로 몰리고 있다. 그리스의 경우 금융과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해외로 떠난 사람들이 수십만 명에 달한다. 대부분이 고급인력들이다. 지금도 그리스의 경제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이탈리아의 고급인재들도 취업난에 허덕이다 해외로 빠져나갔다. 2015년 이민을 떠난 이탈리아인 중 18~34세 청년층 비율이 39%에 달한다고 한다. 청년들의 유출은 국가의 미래를 더욱 불투명하게 하며 이탈리아는 지금도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이민정책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바람에 두뇌 유입까지 막는 결과를 초래했다. 미국의 기업들은 기술 인력이 부족하다며 외국인 이민정책 완화를 요구했다. 미국 정부는 기업들의 요구를 수용해 세계 최고의 인력들을 채용했고 최고의 성장가도를 밟고 있다. 인도 같은 나라는 조국에 충성을 요구하며 두뇌를 유치하고 있다. 두뇌유출 문제가 제기되자 인도 정부는 ‘틈새를 노리십시오. 이제 고향으로 갈 때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고급인력의 귀국을 종용했다. 현재 인도는 고성장 국가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은 대부분 전문분야에서 한국보다 서너 배 높은 연봉과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인력을 흡수하고 있다. 특히 한국 업체에 소속된 연구 개발자나 엔지니어들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대대적인 공세를 퍼붓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은 우리나라와 기술격차를 줄이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인구 감소율이 가장 빠를 뿐만 아니라 고급인력의 유출도 가속화되고 있는 국가이다. 2014년 스위스 IMD(국제경영개발원)에 따르면 한국의 인재유출률은 조사대상 60개국 중 46위로 필리핀이나 중국보다 더 높았다. 인재 유출이 가장 적은 나라는 국민소득이 높은 노르웨이, 스위스, 핀란드가 1~3위를 차지했다. 외국에서 박사학위 취득자들이 국내로 돌아오는 비율도 점점 감소하고 있다. 미국에서 공부한 뒤 한국기업(연구소 포함)과 미국기업을 놓고 고민하다가 미국에 잔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공계 고급인력 1400명 가운데 60% 가량 미국에 남는 것을 희망한다고 한다. 또한 국내 석·박사 인력도 73%가 해외로 나가길(진학, 취업) 원한다는 보고서도 있다. 더욱이 국가 세금으로 교육을 시킨 서울대, KAIST 등 명문대학에서 공부한 인재들도 미국의 실리콘 밸리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애플, 구글 등 미국의 글로벌 IT기업들은 매년 수백 명의 국내인력을 흡수하고 있다.

고급인력들이 왜 한국을 탈출하는가? 모 연구기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문성과 기술성을 유지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이 부족하고 일자리가 불안정하며 연봉도 낮다는 것이다. 힘들게 공부하고 자격을 갖추어도 대기업과 공공기관 같은 질 좋은 일자리를 얻기가 쉽지 않다. 둘째, 한국의 획일적이고 관 주도적인 문화가 과학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연구 분야를 장기적으로 연구해야 과학적 혁신이 이루어지는데 한국에서는 특정 주제의 단기성과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셋째, 입시중심 고비용의 한국교육도 한국탈출의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실력은 뒷전인 채 학연·지연·혈연부터 따지는 풍토에 성취감을 잃어버린다. 어처구니없게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젊은이들을 모두 외국으로 보내자고 채근하기도 했다.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한국이 고급인력을 유치하기는커녕 유출시킨다면 한국의 미래는 암울할 뿐이다. 고급인력 유출을 애국심으로 막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인재는 조국보다 꿈이 있는 나라를 필요로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과중한 근무, 경직된 조직문화 등만 바꿔도 국내의 고급인력의 해외 유출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학연·지연이 아닌 능력으로 평가하는 투명한 인사 시스템이 가동되어야 하고, 철 밥통이 통하지 않는 유연한 노동시장을 만드는 것도 시급하다. 또한 국내기업들이 해외에 투자하기 보다는 국내에 투자를 유인하는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

김의창 동국대학교 정보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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