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산학융합지구 개원 특별기고(중)

▲ 정무영 UNIST 총장

2차대전 후 쇠락했던 샌디에이고
산학협력으로 바이오산업 성장
올해 운영될 울산산학융합지구
車·조선·화학등 주력산업 지원
울산 글로벌도시 도약에 기여
UNIST도 4차산업혁명 분야 견인
우수 연구인력 양성에 앞장설것

샌디에이고는 보스턴, 샌프란시스코와 함께 미국 3대 바이오 클러스터로 꼽히는 도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군수도시로 명성을 떨쳤던 샌디에이고는 종전과 함께 급속한 쇠락을 겪기도 했다. 이를 극복하고 현재의 영광을 찾을 수 있었던 비결은 ‘산학협력’에 있었다.

캘리포니아대학교-샌디에이고 캠퍼스(UCSD)는 샌디에이고 부흥의 중심에 있는 대학이다. UCSD는 1960년대부터 기초과학연구에 집중해 우수한 인력들을 확보했다. 1985년부터는 지역 내 바이오 창업을 독려하는 ‘커넥트 프로그램’을 시작해 바이오산업의 거점으로 성장했다. 여기에 샌디에이고 시가 힘을 보탰다. 바이오 기업에 세금공제 혜택을 주고, 연구 기반시설을 적극 유치해 자리 잡을 환경을 마련한 것이다. 그 결과 UCSD 인근에는 글로벌 제약사인 ‘화이자’와 ‘존슨앤드존슨’을 비롯한 1335개의 제약사 및 바이오벤처가 들어섰다. 연구소만 해도 80개에 이르며, 여기서 파생된 일자리도 약 6만2000개다.

샌디에이고의 선순환 경제구조는 훌륭한 인재를 키워내는 ‘대학’, 준비된 이들을 고용하는 ‘기업’, 첨단 기업과 해외 투자유치를 지원하는 ‘시 당국’의 셋이 모였기에 가능했다. 샌디에이고 사례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주력산업 고도화와 신산업 육성을 준비하는 울산의 좋은 이정표다.

특히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는 울산산학융합지구(이하 융합지구)는 울산이 샌디에이고에 버금가는 글로벌 도시로 도약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광역시와 울산대학교, 울산과학대학교, UNIST가 참여한 융합지구는 총사업비 968억원(국비 157억, 시비 250억, 민간 561억)을 들여 7만6065㎡ 규모 부지에 조성한 산학일체형 현장중심 캠퍼스다. 참여기업이나 학생 수, 사업규모 면에서 현재 조성된 전국 6개의 산학융합지구 중 최대로 꼽히기도 한다. 이곳에서 1000명의 학생과 70여명의 교수진은 이곳에서 가르치고 배우며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게 된다. 기업과 학교가 하나로 융합된 공간이라 산학협력의 시너지 효과도 극대화될 전망이다.

융합지구가 위치한 울산 테크노일반산업단지(이하 테크노산단)와의 협력도 기대를 모은다. 테크노산단은 산학연 융합형 연구특화단지로 국책 연구소, 테크노파크, 기업 R&D 지원시설, 대·중·소기업 등도 위치해 있다. 대학을 중심으로 이뤄진 융합지구가 울산의 주력산업인 자동차, 조선, 화학 등을 지원하기 최적의 조건인 것이다. 이와 더불어 바이오, 나노, 에너지, 첨단소재 등 신성장 동력산업까지 육성시킨다면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석유화학공업단지와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라는 산업 인프라가 풍부한 울산이라는 환경도 산학협력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혹자는 융합지구가 울산을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만드는 씨앗이 될 거라는 관측도 내놓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우선 대학은 산업수요 맞춤형 교육을 통해 산학융합인재를 양성하고, 기업은 준비된 인재와 함께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울산시 또한 산업단지 내 대학, 연구소, 기업들이 산학협력 네트워크와 기술인력 연계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이어나가야 한다.

UNIST는 융합지구 캠퍼스에 제어설계공학과 경영공학 등의 학부 과정과 융합경영대학원과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등의 대학원 과정을 개설했다. 이들 과정은 산업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울산지역 제조업 혁신을 견인하고 우수 연구인력 양성에 앞장설 예정이다. 특히 UNIST의 중점 연구분야인 스마트 팩토리, 3D프린팅,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분야 전문기술 과정을 특화해 융합지구에서 미래형 지식기반 산업이 뿌리내리도록 할 것이다. 그 결과가 울산지역 경제 활성화와 고용 확대를 도모하는 새로운 기반이 되길 희망한다.

울산에는 지금 도시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을 신산업이 절실하다. 이런 시점에 본격 운영되는 융합지구는 울산을 ‘한국 산학융합 모델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만드는 동력이 될 것이다. 올해 3월23일, ‘제12회 울산 화학의 날’ 기념식과 함께 ‘울산산학융합지구 준공식’이 열린다. 이곳에 뿌려진 산학협력의 씨앗이 튼실한 열매를 맺어 울산을 한 단계 도약시키길 바란다.

정무영 UNIST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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