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발의할 개헌안에는 ‘지방분권국가’ 선언이 담겼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발표한 대통령 개헌안은 전문에서 자치와 분권을 강화하는 한편 제1조 제3항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각론에서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긴 하지만 울산을 비롯한 지방도시들의 간절한 바람을 개헌안에 명시한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조국 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방분권 강화는 ‘서울·수도권 대 지방’ ‘효율 대 형평성’의 문제가 아니며 ‘지방소멸’은 서울과 수도권의 부담 가중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국가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지 20여년이 지났음에도 상대적으로 보면 오히려 지방발전과 국가균형발전은 뒷걸음질해온 것이나 다름 없었다. 이날 조수석이 밝힌 문대통령의 말대로 “수도권이 사람과 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어 지방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를 망치는 길로 가고 있었다. 만시지탄이긴 하지만 지금이라도 지방분권을 헌법을 통해 명시한 것은 다행이다.

우선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바꾸고 집행기관을 ‘지방행정부’로 바꾼 것은 모호한 명칭을 없앴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정명(定名)은 가치정립의 시작이다. 지방의회와 지방행정부의 조직구성과 운영에 관한 구체적 내용을 지방정부가 정할 수 있도록 자주권을 부여한 것도 지방도시의 위상을 강화하는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지방의 발전을 기대하려면 국가의 권한 이양이 더 폭넓게 이뤄져야 한다. 대통령의 개정안은 조례제정과 관련해 ‘법령의 범위 안에서’를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로 바꿈으로써 자치입법권에 관한 내용이 매우 협소하게 보장돼 있다. 지방도시가 가장 절실하게 기대하는 자치재정권도 법률 위임 없이 지방세 신설을 불가능하도록 해놓음으로써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이날 지방도시들은 한결같이 자치입법·재정권이 미흡하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울산시는 자치입법권에 대해서는 “여전히 법률로 조례 제정의 범위가 제한되는 한계가 있다”면서 ‘자치입법권의 후퇴’라고 지적했다. 또 자치재정권과 관련해서는 “조례로 지방세의 종목과 세율, 징수방법 등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헌법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과도한 자치입법권과 재정권이 방만하고 무책임한 행정으로 이어지는 폐해가 우려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획기적인 변화 없이는 서울에 쏠려 있는 국가중심을 지방으로 나누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지방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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