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사람들
무표정에 타인과 단절된 그 모습들이
미래 우리 전체의 표상될까 새삼 걱정

▲ 윤범상 울산대 조선해양공학과 명예교수 실용음악도

이런 설문조사가 있었다. 50년 전쯤 일간지에 실렸던 걸 지금까지 쓸데없이 기억하고 있다. 당시 여대생들을 대상으로 ‘가장 싫은 외모의 남자는?’이라는 물음이었다. 놀라지 마시라. 답변 1위는 ‘안경 쓴 남자’였고, 2위는 ‘마른 남자’, 3위는 ‘다리 짧은 남자’였다. 당시 눈이 나쁘다는 사실은 신체상 하나의 큰 결점으로 생각했을 뿐 아니라, 유약한 남자의 표징이었다. 한편 마른 남자는 영양적으로 문제가 있고 나아가 경제사정이 안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었다. 뚱뚱한 것이 부(富)의 상징이요, 그래서 중년은 물론 청년들도 허리벨트 대신 멜빵바지가 유행이었다. 3위는 아마 지금도 비슷할 거다. 아니 요새는 모두 다리가 길쭉하니 순위에도 없을 것이다.

요즘 간혹 늦은 귀가 시 엘리베이터를 타면 이런 우악(?)스런 무 매력 남자들을 떼로 만난다. 아니 남자라기보다 남학생이라는 표현이 맞다. 하나같이 안경 쓰고, 삐쩍 말랐다. 거기다 생기가 하나도 없고, 예외 없이 표정이 우중충하다. 학교에서 공부 끝나고 이어서 학원가서 공부하다 밤늦게 돌아오는 우리 청소년들이다. 50년 전 아가씨였던 지금의 할머니들의 손주들이 당시 그들이 그토록 싫어했던 외모를 꼭 닮았다.

그들에게 ‘고생한다.’라고 말을 건네도 대부분 묵묵무답이다. 이들이 무표정에 묵묵무답인 것은 남하고 말하기조차 싫을 정도로 피곤한 것도 이유겠지만, 더 큰 이유는 하나같이 휴대폰을 뚫어지게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어느 식당에서의 일이다. 젊은 부부와 초·중학생으로 보이는 아들과 딸로 구성된 매우 단란해 보이는 가족이 옆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그들은 들어오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 휴대폰을 꺼내더니 각자 폰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휴대폰 들여다보기는 식사 중에도 결코 중단되지 않았다. 오른손은 포크 왼손은 폰이었다. 뭘 하는지 한손으로도 능숙하게 조작하는 신기에 가까운 모습이 모두 닮은꼴이었다. 모범을 보이는 부모 앞에서 두 자녀는 언론통신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아무튼 그들은 무지하게 조용한 식사자리를 연출했다. ‘집에 돌아가서도 같은 광경이겠지’라는 예측이 전혀 어렵지 않았다.

동네마당에서 소꿉놀이, 고무줄놀이 하며 깔깔대는 소녀들의 웃음소리, 동네어귀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친구들과 숨바꼭질하다 저녁시간 놓쳐 엄마 몰래 도둑발로 살금살금 집에 들어가는 개구장이 모습, 방과 후에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콧구멍이 새까매지도록 축구하고 놀다 땀 냄새 풍기며 귀가하는 까까머리 중학생들의 모습은 본지 오래다. 좀 커서 대학에 들어가면 방콕하며 종일 휴대폰 끼고 사는 혼밥시기에 돌입한다. 가정을 가지게 된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휴대폰을 손에 쥐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3, 4살짜리 애기들도 하루 한 시간 이상 폰을 본단다. 얼마 전 우리 집을 방문한 조카에게 현관문을 열어주니 휴대폰을 보면서 들어오기도 한다. 그냥 참았다. 쉴 새 없이 향상되는 휴대폰 성능도 젊은이들의 참을성을 일층 감축시킨다. 세계적인 장난감대기업인 ‘토이저러스(Toysrus)’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제 누가 아날로그 장난감을 만지작거리겠는가. 솔직히 말하면 나 자신도 휴대폰중독 초기단계에 있지만, 이미 이성에게 매력을 뽐내야 할 젊은 시절을 지났다는 사실이 참으로 다행스럽다.

내가 심히 우려하는 것은 앞으로 10년 후쯤, 우리 젊은이들이 안경 두 개 쓰고, 구부정한 목에, 상당수는 목 디스크에 시달리며, 삐쩍 마른 몸을 지닌 50년 전의 무 매력남, 바로 그 모습으로 변하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그때의 젊은이들이 그런 외모를 가진 이성(異性)을 가장 이상(理想)적으로 여기기를 기도할 뿐이다. 윤범상 울산대 조선해양공학과 명예교수 실용음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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