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빗물’ 버리면 하수, 모으면 자원

가뭄 겪으며 ‘비=돈’ 체감
지역 물부족 해결할 대안
빗물이용시설 설치 늘리고
토양 스며들 환경 조성을

울산지역에 40㎜ 이상의 강수량을 기록한 지난 21일 ‘비가 내린다’는 말 대신 ‘돈이 내린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한 댐 수위 조절과 가뭄 등으로 물 부족에 시달리던 상황에서 비싸면서도 수질이 나쁜 낙동강 원수를 대체할 수원이 하늘에서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100㎜ 이상의 단비가 내리면서 700만t의 물이 회야댐에 확보됐고, 이는 낙동강 원수 구입비 28억원 절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제는 비가 돈이라는 인식이 쌓이기 시작했다.

◇울산, 빗물이용 걸음마 단계

빗물은 울산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최고의 수원이다. 하지만 가뭄에 대한 대처가 부족한 탓인지 상당히 많은 빗물을 활용하지 못하고 바다로 그대로 흘려보내고 있다.

빗물을 재이용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빗물이용시설 설치다. 하지만 울산에는 이 시설이 많지 않다. 울산시에 따르면 빗물이용시설은 지난 2016년 8000만원을 투입해 15곳에 설치했고, 지난해엔 5000만원을 들여 10곳에 지원했다. 올해엔 1억원의 예산을 책정해 20곳가량 설치할 예정이다.

소규모 빗물이용시설은 빗물을 모을 수 있는 저장창고로, 대부분 1~4t 용량이다. 빗물이용시설에 받아둔 빗물은 청소·조경·교육용 등으로 사용할 수 있어 수돗물 사용을 줄일 수 있다. 펌프를 설치하면 지하에 묻어도 빗물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비용 등의 이유 등으로 빗물이용시설을 자발적으로 설치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중장기적으로 1일1인당 물 사용량을 250~260ℓ 수준에서 선진국 수준인 200ℓ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울산에서도 공공 부문에서의 빗물마을 조성, 민간 부문의 자발적 동참 등을 유도하기 위해 빗물 활용 홍보 강화, 세금 감면 등의 대응이 필요하다.

◇빗물이 토양으로 스며들게 해야

울산발전연구원에 따르면 물순환 등의 고민 없이 도심이 형성된 중구 구도심은 빗물이 토양으로 스며들 수 없는 불투수면율이 매우 높다. 학산동의 경우 불투수면율이 96%를 상회한다. 이는 학산동 전체 면적의 96% 이상이 아스팔트 또는 시멘트로 뒤덮혔거나 건물이 자리잡고 있어 빗물이 토양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그대로 강이나 바다로 흘러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빗물이 강으로 곧바로 흘러갈 경우 가뭄이나 홍수 피해를 키울 수 있다. 또 오염물질이 그대로 하천으로 유입되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울산시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와 ‘물순환 선도도시 조성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범사업 대상지는 주택 비율이 높은 삼호동 일대로, 저영향개발(LID) 기법을 적용해 물순환 도시로 재건설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불투수면적을 줄이기 위해 식생 체류지 조성, 침투 트랜치 설치, 빗물정원 조성, 투수성 포장 등이 추진될 전망이다.

시범사업의 효과 등을 검토해 중구 구도심 등 불투수면적이 넓은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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