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식 울산폴리텍대학 겸임교수 (주)쓰리디허브시스템즈 대표

싸이의 ‘강남 스타일’ 뮤직 비디오가 2012년 처음으로 유튜브에 공개된 후, 2018년 현재 31억회라는 어마어마한 조회 수를 돌파하면서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 ‘B급’ 음악과 문화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B급은 A급이 아닌, 주류 경제 구조에 성공적으로 편입하거나 진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실패한 ‘경제적 마이너’들의 욕망과 정서를 표현한 문화이다. 또한 기존의 고급, 주류 예술의 엄숙하고 점잖으며 고상하고 난해한 표현 방식에서는 만족하지 못하는 ‘문화적 마이너’들의 언어가 B급의 언어이다. 날것의, 가벼운 웃음을 바탕으로 하는 B급 문화와 콘텐츠는 이제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최근 기업에서는 하나의 문화로 떠오르고 있는 B급 정서를 파악하여, 다양한 광고 아이디어로 활용하고 있다. 그 중 2014년에 제작된 ‘편강한의원’ 광고는 B급 문화의 특성 중 ‘병맛’ 코드를 잘 살린 광고로 유명하다. 편강한의원 측은 네이버 웹툰 ‘소년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의 작가인 컷부와 함께 제작한 극장 광고가 한의원 인지도뿐만 아니라 매출 증가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또한 ‘배달의 민족’의 경우 류승룡을 모델로 앞세워 블록버스터 영화 예고편 광고와 고전 명화 패러디 광고를 제작하였다. 이 광고는 소비자들의 박장대소를 유발하였으며 공개되자마자 월 방문자수가 2위 업체 대비 70만 명 이상 어마어마한 격차를 벌리게 되었다. 어플 다운로드 건수는 1400만 건을 돌파하며 엄청난 광고효과를 과시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가벼운 웃음을 바탕으로 하는 B급 콘텐츠에 열광할까? 이는 팍팍한 사회 환경과 지친 현대인의 만성적 스트레스, 진지한 사회로부터 탈피하고자 하는 회피적 심리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사람들은 A급 콘텐츠에서 느낄 수 없는 가볍고, 저렴하고, 쾌락주의적이며 자유로운 표현 때문에 B급 콘텐츠를 소비한다. B급 콘텐츠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냥 한번 보고 웃음으로 넘길 수 있는 것, 특별한 훈련이나 교육 없이도 부담 없이 소비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B급 콘텐츠의 가장 큰 매력이자 특징이다.

많은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고차원적인 스토리가 아닌 사소한 공감이다. 그리고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해 전통적 광고 매체 시장의 파워는 점점 약해질 것이며, 이제는 가성비 좋은 B급 콘텐츠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예측해 볼 수 있다.

B급 콘텐츠를 통한 광고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적은 비용으로 높은 광고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광고를 거부하는 재핑효과(zapping effect)를 감소시킬 수 있다. 셋째, SNS에서 콘텐츠를 쉽게 공유하여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재 학계에서는 B급 콘텐츠의 대한 연구가 매우 미흡하며, 실무적으로도 명확한 광고 효과 측정지표가 없는 실정이다. 쿨하고 키치하며 때로는 통쾌하고도 노골적인 B급 콘텐츠들은 동일시하기 욕구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젊은이들에게 특히 사랑받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B급 콘텐츠의 장점들과 예상되는 주 소비층으로 미루어 볼 때, B급 콘텐츠들을 활용한 광고들은 앞으로 B급이라고 부르기 힘들 정도로 높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광고업계에서는 B급 콘텐츠 산업을 다양하게 활성화 할 수 있는 철저한 연구와 준비가 필요하다. ‘B급’이라고 명명되는 겉보기에 싸고 천박하며 조잡하고 저속하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에 왜 많은 이가 열광하는가. B급 문화에서 우리는 응축된 대중문화의 역사와 하위 집단의 감성을 발견했고, 마침내 우리 시대의 감춰진 욕망, 좌절된 욕망, 분출구를 찾아 들끓어 오르는 욕망과 마주했다. 이러한 표현들은 ‘따라하고 싶은 매력’ 즉 쿨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B급 콘텐츠가 ‘지금, 여기’에서 의미있게 떠오르고 있다. B급 콘텐츠의 잠재력은 앞으로 어마어마할 것이다.

이경식 울산폴리텍대학 겸임교수 (주)쓰리디허브시스템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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