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선영 울산대 교수·수학과

대부분의 경우 수학자들은 돈에 대한 감각이 없다. 추상의 세계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근래 들어 전자상거래의 발달로 금융 속 깊이 수학이 들어가더니, 급기야는 수학으로 만든 화폐가 나왔다. 이른바 암호화폐. 2008년에 ‘나가모토 사토시’라는 이름으로 ‘비트코인, 일대일 전자 화폐 시스템’이란 짧은 논문이 발표되었는데, 여기에 은행이 필요 없는 최초의 암호화폐 운영 안이 탑재되어 있다.

비트코인시스템에서는 물건을 사고 대금을 지불할 경우 이메일을 보내는 것처럼 받는 사람의 전자 지갑 주소와 보내는 돈의 액수만 적는다. 그러면 그 거래 내용이 자동으로 암호로 바뀌고, 이런 거래 내역은 10분 단위로 모여져서 전체 사용자가 공유하는 장부에 기록된다. 10분마다 모아진 암호화된 거래 장부를 블록이라 하는데, 이 암호화된 거래 장부를 가장 빨리 푸는 사람에게 새로 발행되는 비트코인이 주어진다.

암호에는 비밀키 암호와 공개키 암호가 있다. 비밀키 암호는 암호를 주고 받는 사람사이에 동일한 비밀키를 사용하는데, 이 때 비밀키만 해킹되면 암호가 뚫리고 만다. 그러나 공개키는 암호를 만드는 키와 푸는 키가 서로 달라 키를 공개해도 해킹이 어려운 암호 체계다.

비트코인은 공개키 암호로 거래 내용을 암호화한다. 블록의 암호를 푸는 것을 마이닝이라 부른다. 근래는 암호의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어려워져 대용량의 채굴기를 돌리기 위해 전기가 싼 지역에 비트코인 채굴업자들이 모이고, 암호의 난해성으로 채굴비용이 비트코인 가격에 버금간다는 설도 있다.

비트코인으로 처음 재화를 바꾼 것은 2010년에 미국의 어떤 프로그래머가 피자 2판을 비트코인 1만개로 배달받은 것이다. 그런데 올해 초에는 비트코인 1개에 1만6000달러를 상회했다.

나가모토 사토시는 누구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개인인지 아니면 프로그래머들의 그룹인지. 어찌되었든 중앙 통제식으로 발행되는 통화체계를 거부하고 암호를 풀어 재화를 창출하는 발상에서 언제든 수직 상승하여 새 지평을 열수 있는 인간의 정신세계를 본다.

장선영 울산대 교수·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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