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교육청이 초·중·고등학생의 학원 교습시간 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밤 12시까지 학원교습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등학교의 야간자율학습은 9~10시까지 이뤄지고 있다. 이미 다른 대부분의 도시들은 학원교습시간을 단축했다. 제한시간은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초등학교는 오후 9시 또는 10시까지로 제한하고 있으며 중·고등학교는 오후 10시부터 밤 12시까지 다양하다.

학원교습시간 조정은 고등학교의 야간자율학습 시간과 민감하게 맞물려 있다. 학생들이 하교 후 학원을 가야하므로 야자시간을 함께 줄이지 않으면 학원은 수강생을 확보하기 어렵다. 그러나 학원을 가지 않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야자시간을 줄이게 되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할 소지도 있다. 학원교습시간 조정이 쉽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아이들의 건강권 문제가 강하게 대두되면서 학원 교습시간 조정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일이 됐다. 12시까지 계속되는 학원교습은 아이들 수면시간 부족의 근본적인 원인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정규 학교 수업을 마친 뒤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잇달아 학원으로 향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이는 건강 뿐 아니라 학습이나 삶의 질 측면에서도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학습시간은 OECD국가 중 최고수준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2015년 보건복지부 발표에 의하면 세계 각국의 15~24세 학생의 학습시간을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는 7.8시간으로 가장 적은 영국 학생(3.8시간)에 비해 무려 4.0시간이나 많았다. 반면 한국 아동들의 삶의 만족도(60.3%)는 OECD국가 가운데 가장 낮게 나타났다. 가장 높은 네덜란드의 94.2%와 비교하면 33.9%포인트나 낮다. 이는 긴 학습시간이 학생 스스로의 열정 때문이 아니라 학교와 학부모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울산시교육청은 초등학교 오후 10시, 중학교 오후 11시, 고등학교 밤 12시로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타시도와 비교하면 가장 느슨한 제한이다. 이미 서울은 초·중·고등학교 모두 10시로 제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개인과외교습시간도 오후 10시로 제한했다. 지금도 일부에서는 타시도와 형평성 등을 이유로 수시로 오후 11시로 연장하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으나 서울시교육청은 변경의지가 없다는 것을 확고히 한 셈이다. 울산도 학습효과가 떨어지는 야자시간을 대폭 줄이고 학원교습시간을 더 큰폭으로 단축하는 방향으로 전향적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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