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적 민주주의 위반한 개헌안 발의
권력구조개편 한정해 우선 추진한 후
나머지 부분들은 공론화 과정 거쳐야

▲ 김주홍 울산대학교 교수·국제관계학

지난 3월26일 문재인 대통령은 외국 순방 중 온라인 결재로 헌법개정안을 발의해 국회로 보냈다. 국회에서 헌법개정 추진이 지지부진하니 6·13 지방선거 시 헌법개정 국민투표 동시실시라는 대선공약을 지킨다는 명분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개정안 발의를 강행한 결과였다.

하지만 현행 헌법은 대통령이 발의안 헌법개정안도 국회의원 정수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개정안이 확정되고 국민투표에 부쳐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는 대통령 발의 헌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 왜냐하면 제20대 국회 의석수 분포를 보면 자유한국당 만으로도 개헌저지선이 확보되고 있고, 더욱이 야당 거의 대통령 개헌안 발의를 반대하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절차적 민주주의를 위반하고 있다. 민정수석비서관이 개헌안을 먼저 발의(설명)하는 광경은 정말 낯설었다. 공론화 과정은 물론 차관회의 등을 거치고 국무회의 의결을 받아 국무총리나 법무부장관이 발의(설명)했어야 했다. 그 순서가 뒤죽박죽되었던 이유가 특히 궁금하다.

둘째, 이번 개헌안은 소위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국민의 참여와 토론을 거쳐 한달 만에 만들었다고 한다. 1987년에도 각 정파의 개헌안, 헌법학자들과 법조인들의 개헌안들을 쟁점조항별로 축조하는 논의를 거치지 않았던가? 더욱이 그 헌법개정안을 한 글자도 수정하지 못하고 국회에서 찬반투표만 할 수 있으니 모양새가 참담할 뿐이다. 막중한 헌법개정 문제를 코드가 맞는 인사들만 모아서 추진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셋째, 개헌의 가장 중요한 명분이 빠져 있다. 촛불시위 및 대통령탄핵의 연장선 상에서 개헌이 논의된 가장 커다란 이유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한 권력구조 개편이었다. 하지만 이번 개헌안은 이 부분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

넷째, 오히려 논란만 심화시킬 그 이외의 쟁점들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 헌법 전문에 포함된 내용들, 토지공개념 조항, 노동권 조항, 지방자치 관련 규정 등등은 모두가 엄청난 분란을 가져올 것이 뻔한 내용들이다. 특히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규정하는 것은 그 저의를 의심케하기에 충분하며, ‘지방분권을 지향하는’ 국가임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 및 그 이상의 무엇과 맥락이 닿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가 이렇게 문제가 많지만 그렇다고 국회가 잘하고 있다고 결코 말할 수 없다.

우선 야당은 그동안 무엇을 했나? 대통령에게 개헌안 발의 명분을 준 것은 야당의 잘못이다.

여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비록 과반수 의석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국회를 주도해 오지 않았는가? 그런 민주당이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했으니 이를 그대로 받자고 하는 것은 모양새가 빠져도 너무 빠지는 것 같다.

올해가 31년 만에 찾아온 헌법개정의 호기라고 한다. 하지만 헌법 전문부터 권력구조, 경제조항에 이르기까지 논란이 많은 내용을 모두 다 한꺼번에 바꾸자고 한다면 그 헌법개정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번 헌법개정은 원래대로 권력구조 개편을 중심으로 하면서 민의를 반영한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 등에 한정해 일단 ‘원포인트 개헌’으로 추진하고, 다른 부분들은 보다 심도있는 공론화과정을 거치는 것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돌파구로 생각된다.

가뜩이나 민생이 어려운 지금, 되지도 않을 개헌문제로 여론의 지지도를 들먹이며 국민들을 더 이상 피곤하게 만들지 않았으며 좋겠다. 자유민주주의는 그래야 한다.

김주홍 울산대학교 교수·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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