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개최
우리모두 최고의 스토리를 기획
새로움의 가치를 실현하길 기대

▲ 이근용 와이즈유(영산대) 빅데이터광고마케팅학과 교수

우리는 익숙한 것을 접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래서 손에 익은 물건을 쓰고, 잘 아는 길로 다니고, 친숙한 얼굴을 보면 반가워한다. 그렇다고 늘 익숙한 것만 접하면 식상한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참신하고 새로운 것을 찾는다. 새로운 음식을 먹고, 신상품을 찾고, 새로운 뉴스를 듣고 싶다. 우리는 의외의 것을 접하고 놀라움의 느낌을 받고 싶기도 하다.

상품이나 서비스,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영화의 제작자들은 소비자나 관객이 받을 익숙함과 놀라움의 느낌 중 어느 지점에 소구할지를 정해야 한다. 너무 익숙하게 해도 소비자들이 식상해 하고, 너무 새로워서 놀라움의 도가 지나치면 관객이 불편해 한다. 멜로드라마, 스릴러, 에스에프 장르를 보면서 기대하는 내용이 있는데,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거나 기대치에서 너무 벗어나면 관객이 외면한다.

텔레비전 드라마 줄거리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면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린다. 예측을 벗어나서 의외라는 느낌을 주고 결말이 궁금해질 때 계속 보게 된다. 광고는 시청자들의 주목과 관심을 끌기 위해 새로움과 놀라움의 감정에 소구하는 대표적 콘텐츠다. 화장용품 브랜드인 도브가 화장하지 않은 맨얼굴의 모델을 등장시키는 ‘리얼뷰티’ 광고를 통해 의외성으로 소구한 예는 유명하다.

생각해 보면 익숙한 것도 처음에는 새로운 것이었다. 처음에는 불편할 수도 있었으나 자주 쓰고 접하다 보니 익숙하게 됐고, 그에 따라 가치사슬에서도 위치가 달라졌다. 보통의 경우 익숙한 것보다 새로운 것이 더 가치를 인정받는다. 휴대폰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주기적으로 늘 새로운 모델이 출시돼서 기존 모델을 대체한다. 소비자는 휴대폰 제조업체의 상술이 개재됐을 것이라고 짐작하면서도 새로운 모델로 교체할 수밖에 없다. 특히 시대 분위기가 있어 요즘은 사회 어느 영역에서도 크리에이티브가 강조된다.

오래될수록 더 가치가 올라가는 대상도 있지만 대부분은 새로운 물건이 가치사슬 상의 우위를 점한다. 물건뿐만 아니라 제도나 정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의 개헌발의를 비롯한 헌법 개정 논의, 잘못된 관행, 제도를 고쳐나가자는 사회 운동도 새로움의 가치를 되살리자는 취지에 다름 아니다. 인문, 과학, 예술 사이의 융복합, 빅데이터 분석이 주요 화두가 된 것도 새로움의 가치를 더하기 위한 사회 움직임의 반영이다. 특히 빅데이터 분석은 인공지능, 딥러닝 방식과 결합해 인간이 인지하지 못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도 한다.

의외성이나 새로움의 가치는 기존의 물건, 제도, 사고, 관행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성찰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경우가 많다. 러시아의 알츠슐러가 개발한 창의적 문제해결방법론인 트리즈(TRIZ)도 ‘혁신적인 문제해결은 주어진 문제에 내재한 모순의 제거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그 기본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이 모순을 주어진 자원 내에서 풀어내는 40개의 기본원리를 제시하고 있다. 그 원리는 나누기, 바꾸기, 되돌리기, 합하기 같은 것들이다. 새로움이나 창의의 가치가 결국 문제 해결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방법론이다.

우리가 물건이나 제도에 익숙하면 그것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무언가 새로운 작업을 하거나 작품을 만들어내야 할 때는 익숙한 것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라는 것을 늘 강조한다. 그랬을 때 익숙한 것이 갖는 가치도 다시 발견될 수 있다. 미국 기업의 유명 비즈니스 컨설턴트인 해리 벡위드도 이 점을 ‘언씽킹’이라는 개념으로 강조한다. 우리가 최선이라고 믿었던 것들을 해체하고 나면 진짜 우리가 원하는 것들, 우리를 최선으로 이끄는 것들,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것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 모습을 끌어내는 힘이 바로 다시 생각해 보는 ‘언씽킹’이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실패를 반복하는 것은 우리가 오랫동안 학습해온 방법과 전략들을 별다른 의심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벡위드가 제시하는 수십 개의 언씽킹 체크리스트 중에는 ‘당신만의 최고의 스토리를 발견했는가?’가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우리 모두 최고의 스토리를 기획, 새로움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이근용 와이즈유(영산대) 빅데이터광고마케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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