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은 한국사회 재도약 이끌 핵심요소
산업현장 안전 관련 비용 투자로 인식
안전의식·능력배양·교육훈련에 힘써야

▲ 박현철 울산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 前 한국솔베이(주) 총괄부공장장

2015년 7월께 필자가 근무하던 회사의 프랑스 살람페 사업장을 벤치마킹하러 갔었다. 사업장은 라인강 강가에 위치, 독일과 국경을 접하고 있었다. 생산현장을 견학 중이던 필자는 방문자 안전교육에 따라 귀마개, 안전모 등의 안전보호구를 착용하고 있었으나 현장에 작업 중인 운전원은 귀마개 위에다 귀덮개를 착용하고 있었고 안전모 뒤에 가리개까지 착용하고 있었다. 필자가 그 운전원에게 다가가서 “귀덮개와 가리개를 추가로 착용하면 불편하지 않느냐?”라고 물었더니 그 운전원은 이상하다는 듯이 필자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여기 운전원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보호구를 자발적으로 착용하는 것이었다.

선진기업은 다음과 같이 ‘직무별 기능도(job-skill chart)’를 작성하여 모든 직원들에 대한 안전 교육훈련을 시행한다. 첫째 사업장관련 제품 제조, 서비스 제공과 관련해 안전시스템, 안전방침, 조직, 공통절차 등을 파악한다. 둘째 직무관련 법적·자발적·고객의 요구사항, 다양한 위험성평가 결과, 절차·표준 및 그 이해 요구수준을 파악한다. 신입·전입 직원에 대해서는 상기 파악한 내용들을 교육훈련하고, 기존직원들에 대해서는 매년 직무별 기능도의 요구수준과 격차가 있는 항목, 자발적 교육니즈, 리프레시 트레이닝 과목을 교육훈련한 후 평가하면서 안전의식과 능력을 지속적으로 제고시킨다. 또한 전원이 참여해 현장의 현재적·잠재적 불안전한 행동·상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개선해 나가며, 안전이슈들에 대해 안전위원회 등을 통해 주기적으로 현장직원들과 협의하며 대책을 수립, 실천해 나간다.

안전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여야 실천하고 개선할 수 있다. 관리감독자는 작업자 안전을 위해 현장에 존재하는 유해위험요인 및 위험수준과 행동요령도 함께 일러줘야 한다. 관리감독자나 작업자 자신들까지도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물질 또는 유해인자가 무엇인지, 어떠한 피해를 입게 되는지 전혀 모르고 있는 경우가 흔히 있다. 끊임없는 교육훈련을 통해 모든 직원이 안전전문가로 발전할 수 있도록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 오랫동안 공장생활을 해오면서 느낀 것은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고들은 우연에 의한 것이 아니고 분명 근본원인이 있었다. 우리국민의 심각한 위험불감증 근본원인은 고성장시절에 체계적인 가정안전교육 부재에다 학교 및 사회의 안전교육체계 부실로 인한 빈약한 안전경험과, 이런 생활환경에서 성장한 사람이 현재 국가사회의 경영자가 되어 안전을 투자가 아닌 비용으로 잘못 인식하는 데에서 비롯됐다.

선진국들이 200년 걸려 이룩한 것을 우리는 50년 만에 경제적 번영을 일궈내고도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오랫동안 주춤거리고 있는 이 때, 안전에 대한 핵심가치는 한국사회를 재도약으로 이끌 중요한 요소다.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과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무엇보다 교육훈련에 힘써야 할 때다. 급속한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로 이어지는 사회상의 변화를 겪으며 치열한 성과경쟁에 파묻혀 수익과 효율만을 추구해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를 지나, 다음 세대의 번영을 위해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고 깬 시민의식으로 개혁을 이루는 선진화시대를 앞당겨야 한다. 조직 구성원이 구체화된 목표를 공유하고 함께 토론하며 발전하는 신뢰조직은 예상치 못한 위기상황 속에서도 최적의 대안을 선택해 실행하는 저력을 나타낸다. 톱리더가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미래에 대한 목표를 구성원과 공유하며 신뢰관계를 두텁게 쌓아가는 안전리더십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박현철 울산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 前 한국솔베이(주) 총괄부공장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