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로애락, 마음먹기에 달렸지요
서예작품을 두고 ‘지루하다’ ‘어렵다’ ‘촌스럽다’ ‘어둡다’ ‘특색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고정관념 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서예를 외면하는 요즘 젊은층의 외면을 그대로 알려주는 표현이기도 하다. 김봉석 작가는 그 같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위해 무던히 고민하고 노력하는 예술가다.
그의 작품에서는 옛 한자들이 현대회화 못지않은 독특한 형상으로 바뀐다. 글자 속 심오한 의미가 육중한 무게감으로 다가오지만, 새하얀 여백이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동시에 안겨준다.
마음 심(心)자를 쓴 10점의 작품은 각기 다른 표정의 얼굴로 묘사된다. 마음먹기에 따라 웃고, 울고, 화를 내는 사람의 마음을 심(心)이라는 한 글자로 모두 보여준다.
대작 속에 그려진 ‘興行’(흥행)은 마음이 동하고 즐거우면 행동으로 보여달라는 뜻. 작품 ‘龍虎’(용호) 속 두 글자는 비천하는 용과 돌진하는 호랑이의 모습과 닮아있다. 작품 ‘冊’(책) 속에 담긴 뜻은 ‘기록’ ‘지식’ ‘공유’ 3가지나 된다.
人(사람 인), 元(으뜸 원), 比(견줄 비), 立(설 립) 네 글자를 나란히 쓴 작품에는 ‘인생’이라 제목이 붙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형상화 한 글자들만 모았기 때문이다.
감 작가는 “서예표현의 특질인 선의 중량감, 강경성, 긴장과 이완, 운치 등 발묵을 제외한 서예술 구성의 특징을 집약했다. 장문의 문장보다 적은 수의 글자로 한정해 짧지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한편 그가 직접 만드는 수제도장도 감상할 수 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