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작은도서관을 잇는 울산도서관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속히 정착시켜
독서하며 휴식하는 곳으로 자리잡길

▲ 홍영진 기자 문화부장

10여년 전 미국 시카고에 독서열풍이 불었다. 시카고 시(市)가 시민들에게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를 읽고 독서토론을 벌이자고 제안해서다. 이 사업은 서로 생각이 다른 시민들을 하나로 묶는데는 독서만한 게 없다는 발상에서 출발했고, 예상대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 후 ‘한 권의 위대한 책으로 하나의 도시’를 만들자는 이 도시의 책읽기 사업은 미국 전역에서 확산돼 ‘한 책, 한 도시(One Book, One City)’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독서토론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관용을 높일 수 있을 뿐더러 문화체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제는 국내에서도 쉽게 책읽기 사업을 접할 수 있다.

서울의 ‘한 도서관 한 책 읽기’는 서울의 문화, 정서,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책을 선정해 추천한다. 부산의 ‘원 북, 원 부산’은 디지털시대에 사람들이 다시 책을 보고 향유하도록 도움을 주고자 한다. ‘대구의 북(Book)’은 국내작가가 쓴 토론이 가능한 책을 선호한다. ‘책 읽는 청주’는 ‘반드시 베스트셀러일 필요는 없다’는 단서를 붙여 숨은 양서를 발굴하려는 취지를 살리고 있다. 서귀포의 ‘원 시티, 원 북’은 풍부한 내용과 표현의 적절성, 문화적 공감도가 우선하는 책을 선정해 발표한다. 이밖에 ‘우리 대전, 같은 책 읽기’ ‘함께 읽어요! 안산의 책’ 등도 있다.

울산은 4개 공공도서관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행복독서운동’이 있다. 해마다 어린이(저학년·고학년)와 청소년(중학생·고등학생), 성인에게 추천할 만한 ‘올해의 책’을 1권씩(총 5권) 선정·발표하는 것이다. 올해의 책은 선정위원회의 심의와 주민선호도(온라인투표) 등을 거쳐 오는 5월 말이면 대략 확정된다.

이후에는 도서관과 각 학교를 대상으로 책 읽기를 권장하는 이벤트가 펼쳐지고 연말까지 북콘서트, 독서토론회, 작가와의 만남과 같은 후속사업이 줄줄이 이어진다.

울산의 책읽는 프로젝트가 앞으로 더 성숙하고 확장될 것 같다. 울산대표도서관인 울산도서관이 5년 여의 준비작업을 마무리하고 26일 드디어 개관한다. ‘도서관의 도서관’인 울산도서관은 4개 구군으로 흩어진 기존의 공공도서관을 거점 도서관으로 연결한 뒤 그 아래 주민센터와 동네 골목으로 퍼져있는 170여개 작은도서관까지 하나로 아우를 것이다. 주민 누구나 ‘10분 거리 도서관’을 곁에 두고 책으로 공감하는 감성 프로젝트가 가능해 진다.

미리 가 본 울산도서관은 14만5000권의 도서를 책장 가득 꽂아놓고 있었다. 대부분 5년 이내 출간 된 새 책들이 많다. 소장도서 규모는 5년 안으로 지금의 2배인 31만권으로 늘어난다. 도서관 보존서고 최대치는 100만권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무엇보다 3층 대열람실의 지역자료실을 잘 운영하는 것도 대표도서관의 역할이라 하겠다.

도서관을 독서실이나 공부방으로만 생각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도서관은 시대의 변화와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하고 발전하고 있다. 울산도서관이 이에 부응하는 공간임을 보여주면 좋겠다.

친환경 녹색도서관이자 쇠락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도서관은 기본이다. 책 읽기로 세상을 알고자하는 시민들의 든든한 동반자요, 지혜의 보고라는 점도 마찬가지다. 도서관으로서의 본 기능에 충실하면서 접근성을 높여주는 복합문화공간으로도 하루빨리 안착해야 할 것이다. 독서를 멀리하는 시민들의 발목을 부여잡는 휴식처, 혁신의 공간, 예술과 놀이의 공간, 기록보존의 공간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홍영진 기자 문화부장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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