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미란 울산여성가족개발원 연구위원

나의 삶도 다른 이들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 즐거울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고, 좋은 일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일도 있고. 그런데 이런 보통의 삶을 살면서도 항상 좋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 그건 바로 큰 의미에서 내가 준비하고, 내가 선택한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무엇을 할 것인가, 내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내 삶에서 꽤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사회적으로도 미래를 위한 준비와 선택이 더욱 중요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에 따라 미래의 일자리는 지금과는 달라질 것이며, 이에 따른 현명한 선택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에 의견이 모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서는 내가 몸담고 있는 기관에서도 관련 포럼을 개최한 바 있다(지면을 빌려 동 포럼에 참여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동 포럼에서 다루어진 다양한 논의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과학기술의 급진적인 변화를 겪은 미래사회를 살아갈 우리가 갖추어야 할 능력은 ‘보다 인간적인 것’이라는 결론이었다.

예를 들어, 다보스 포럼 연차 총회에서 제시된 미래형 인재가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능력 중에서는 사람관리 능력, 협업 능력, 감성 지능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미래사회에서는 상담이나 심리, 돌봄 등과 같은 산업이 더욱 중요해짐에 따라 soft skill, 즉 배려나 공감능력, 상대적 우위 의사소통 등을 강점으로 하는 여성들에게 유리한 면도 있을 것이란 예측도 있다.

어찌 생각해 보면 너무 당연한 결론일 수도 있다. 미래사회에서 과학기술이 많은 부분을 대체하게 된다면 인간에게 주어지는 일은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거나 인간의 마음을 읽고, 상대를 움직이게 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이러한 의미에서 미래를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으로 단 하나를 들어야 한다면 단연코 인간으로서의 궁극적인 역량을 갖출 것, 즉 ‘인간력’이라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사람보다는 기계와 함께 할 시간이 더 많을 것 같고, 혼자서 살아가는 것이 더욱 쉬워질 것 같은 미래사회에서 일이나 직업을 얻기 위해서는 이른바 인간력을 더욱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사람으로서 당연히 갖추어야 할 것들을 미래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준비해야 할 능력으로 제시한다는 게 서글픈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삭막해진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필요에 의해서라도 나를 더 가다듬고, 남에 대해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있다는 건 그리 나쁘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나만 더 덧붙이자면 나의 모습을 고민하고,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을 갖추는 것, 이를 바탕으로 한 미래사회를 위한 준비는 사람뿐만 아니라 국가나 지역사회도 반드시 갖추어야 할 것이다. 개개인이 아무리 스스로를 갈고 닦고,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해 나간다고 해도 인간의 행복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나 정책이 인간을 위한 일거리나 일자리를 만들어 낼 리 없으니 말이다.

배미란 울산여성가족개발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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