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양쪽 끝에 마주 선 차량이 서서히 속도를 올리며 상대에게 향한다. 충돌 직전까지 기싸움을 벌이다 결국 먼저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치킨게임’이다. 치킨은 겁쟁이라는 말이다.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자신의 용기를 과시하는 방법으로 유행한 치킨게임은 최근에는 양쪽 모두 한치의 양보도 없이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 극단적인 경쟁 및 상황에서 사용된다. 최근 울산 경찰 수사를 두고 벌어지는 일련의 논란들이 이런 치킨게임을 연상시킨다.

지역 내 부정부패·비리 의혹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시작된 울산의 치킨게임은 표적수사, 공작수사에서 미친개 발언으로 이어지더니 최근에는 수사를 지휘하는 울산 경찰 수장에 대한 각종 의혹과 폭로로 번졌다.

자신에 대한 잇단 고발과 논란에 황운하 청장은 결국 수사 공정성에 대한 논란을 불식시킨다는 명분으로 수사지휘권을 스스로 내려놓는 결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경찰 수사는 계속될 것이고, 경찰 수사에 반발하는 이들의 수위높은 비난과 폭로는 계속될 것이다.

치킨게임에서 승자는 상대방을 피하지 않고 계속 내달리는 사람이다. 그러나 치킨게임은 소모적인 싸움에 불과한데다 당사자가 모두 다 승자가 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서로 충돌하면서 공멸할 수밖에 없다.

황운하 청장의 말대로 이번 경찰 수사의 본질은 ‘부정부패’ ‘비리’ 의혹에 대한 실체규명이다. 의도가 됐든, 아니든 경찰 수사가 이래저래 구설수에 오를 수밖에 없는 점은 경찰 스스로 알고 있는 부분이다. 결국 경찰은 소모적인 치킨게임이 아닌 수사 결과물로 말을 해야한다.

경찰 수사에 대한 비난을 일삼는 쪽도 본질을 흐리는 언동을 중단해야 한다. 모든 의혹과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당당히 경찰 조사를 받고 본인의 무고함을 털어내면 될 일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엄중한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제임스 딘이 출연해 유명해진 지난 1955년 개봉한 영화 ‘이유없는 반항’에서도 치킨게임이 등장한다. 여주인공을 둘러싼 남주인공 둘의 치기 어린 대결의 승자는 결국 아무도 없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김준호 사회부 kjh1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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