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혜 경제부 기자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해마다 줄어드는 등 공급 과잉으로 시중 쌀값이 계속 떨어지자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시장격리곡을 늘려 쌀 가격을 조정하고, 타작물 전환 사업을 통해 장기적으로 쌀 생산량을 줄이겠다는 방침이지만, 농민과 소비자 사이에서 정부 정책이 엇박자를 보이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쌀값 안정을 통한 농가소득 보전을 위해 공공비축미 35만t과 시장격리곡 37만t 등 총 72만t의 햅쌀을 사들였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 쌀 공급 과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쌀 재배농가에 타작물로 전환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는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벼를 재배하는 농가에서 콩·옥수수 등 다른 작물로 변경할 경우 논 1㏊당 평균 34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가 사들인 시장격리곡으로 인해 시중 쌀값이 1년 전과 비교해 30% 이상 오르는 등 쌀값이 요동치자 쌀값 인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농가의 타작물 재배 전환 신청은 저조한 수준이다. 지난 1월 22일부터 시작된 논 타작물 전환 신청률은 목표치 울산이 19.8%, 전국 평균은 36%에 머물고 있다.

정부의 시장격리곡으로 유통량이 줄면서 시중 쌀값은 지난해 말부터 오름세를 나타내며 소비자 물가를 견인하고 있다. 최근 동남지방청이 발표한 울산지역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쌀은 전년동월대비 27.5%나 인상돼 전체 생활물가(0.7%) 인상률과 큰 차이를 보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식탁물가 안정을 위해 지난해 사들인 공공비축미 가운데 8만4000t을 시중에 풀어 적정 쌀값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뒷북 정책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쌀을 비롯한 시중 물가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의 법칙에 따라 형성된다. 우리 식탁에 가장 많이 오르는 농산물인 쌀은 농가 소득 안정은 물론 식량정책의 차원에서도 적정한 소비자 가격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농가와 소비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사이 쌀 정책이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정부의 보다 세심한 정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서정혜 경제부 기자 sjh378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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