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모자
동거 통해 가족 범위등 조명
배우 임수정 엄마역 첫 도전
오는 19일 극장서 관객 만나

▲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모자가 동거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묻는 영화 ‘당신의 부탁’이 오는 19일 개봉한다.

2년 전 사고로 남편을 잃고 홀로 공부방을 운영하며 살아가던 32살 효진(임수정 분).

어느 날 그 앞에 남편이 전처 사이에 낳은 16살짜리 아들 종욱(윤찬영)이 나타난다. 종욱은 함께 살던 할머니가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들어가자, 오갈 데 없어진 처지다. 효진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종욱의 엄마가 돼 달라는 부탁을 받아들인다.

영화 ‘당신의 부탁’(이동은 감독)은 효진과 종욱의 어색한 동거를 통해 ‘가족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묻는다. 법적으로는 모자 관계이지만 생면부지 타인이나 마찬가지인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삐걱거린다.

종욱은 좀처럼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효진을 ‘아줌마’라 부른다. ‘엄마 역할이 처음인’ 효진 역시 자신만의 규칙을 은연중에 종욱에게 강요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상실감을 안고 있는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 상처를 주다가 서서히 익숙해지고, 조금씩 의지하게 된다.

설정만 놓고 보면 일찌감치 고성이 오가고 울음이 터질 법도 한데, 극 중 인물들을 하나같이 감정을 억누른다. 목소리 톤을 높이지 않고, 자신의 상황을 쿨하게 받아들인다.

절제된 연기와 군더더기 없는 연출은 의도적인 듯 보인다. 영화는 건조하게 다가오지만, 감정적으로 한 발짝 떨어져서 이들을 차분하게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준다.

이 작품에는 다양한 엄마가 등장한다. 16살 아들을 키워야 하는 30대 초반 엄마 효진부터 아이를 갓 출산한 효진의 친구, 딸이 자신처럼 살지 않기를 바라며 시도 때도 없이 잔소리를 늘어놓는 친정엄마, 10대의 나이에 덜컥 임신한 뒤 아이를 입양 보낼 생각을 하는 주미, 어린 아들을 두고 떠나온 또 다른 의붓엄마, 너무나 간절히 아이를 원하지만,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엄마까지.

이들을 통해 과연 엄마가 된다는 것은 무엇인지, 가족의 범위는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 나아가 요즘 사회에 혈연 중심의 전통적인 가족 관계만 고집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등을 생각해보게 한다. 이 작품의 영어 제목도 ‘mothers(엄마들)’이다.

하지만 가족의 문턱이 낮아져도 가족의 역할은 변하지 않는다. 힘들 때 옆에서 위로해주고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것, 그때야 비로소 가족은 완성된다고 영화는 말한다.

엄마 역할에 처음 도전한 임수정은 힘을 뺀 연기로 자신만의 색다른 엄마 캐릭터를 완성했고, 사춘기 아봉 종욱 역을 맡은 윤찬영 역시 아빠의 애인이었던 낯선 여자를 엄마로 맞게 된 소년의 고민과 내면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4월19일 개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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