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현 남목중학교 교사

드디어 완독했다. 당장 ‘<송곳> 드디어 완독!’으로 메신저 상태메시지를 바꿨다. 구입 후 몇 개월 동안 포장 비닐조차 뜯지 않은 채 서재방 한 켠에 놓아둔 것이 못내 미안해서 4,5,6권을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다.

가끔 책장을 덮고 나서 책 속의 어떤 글귀가 잔상처럼 머릿속에 남아 끊임없이 물음표를 만들어낼 때가 있다. 만화책의 경우 주인공이 내뱉은 대사가 마치 나에게 하는 말인 듯해 그에 대한 답을 하고 싶어 잠을 설칠 때도 있다. 지난 연말을 보내며 읽었던 에세이 <라틴어 수업>이 그러했고, 또 만화 <송곳>이 그러했다. 접점이 전혀 없어 보이는 두 책이 공통적으로 던진 물음은 “넌 평생 공부를 해야 하는 직업을 선택했지. 근데 대체 왜 공부를 하는 거야?”였다.

학창시절부터 공부하는 시간보다 공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는 친구들이 참고서를 몇 권씩 풀어내는 동안 왜 성적을 올려야 하는가를 고민한다고 한달 가량의 시간을 흘려보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내가 찾은 답은 ‘적어도 공부가 노력을 배신하지는 않으니까. 뭐, 가끔은 재미있기도 하니까’였다. 그 시절의 답으로 지금까지 버티고 즐기면서 공부를 업으로 삼았음을 자랑으로 여겼다. 학생들과 상담을 할 때에는 공부를 잘 하면 진로를 결정할 때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라는 이야기를 잊지 않고 해주었다.

<라틴어 수업>과 <송곳>은 그보다 더 근본적인 답을 요구했다. 문법이 너무 복잡해서 쉽게 배울 수 없다는 라틴어를 마스터한 경지에 오른 저자 한동일 교수는 책 전체를 통해 우리가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및 내가 원하는 삶의 지향점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송곳>의 최규석 작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지만 파고들수록 불편해지는 노동과 노동조합의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올바른 삶을 살기 위해 배우고 가르쳐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물었다. 길고 긴 고민 끝에 학교는 학생들이 어른이 되어 마주할 삶을 가르쳐야하고, 고로 수업은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지식과 상황에 대한 판단력을 기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현재 내가 담임을 맡고 있는 중학교 1학년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2021학년도에는 일부 학교에서 실시하는 자유학년제의 영향으로 중학교 1학년 때의 성적이 내신 산출에 포함되지 않는다. 3월이 되어 그 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학생들이 내신에 포함 안되는 기간이라며 1학년 내내 공부를 안 하려고 하면 어떻게 할까 하는 군걱정이 먼저 들었다. 1학년 때 열심히 하지 않으면 2,3학년 때 힘들어진다는 충고가 모든 학생들에게 통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많은 학생들에게 공부는 전혀 재미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학생들 스스로 이 수업은 꼭 들어두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도록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수업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 가르치는 내용이 내신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약점은 학생들이 배우기를 원하는 부분들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눈 후 함께 수업을 재구성해갈 수 있다는 강점이 될 수도 있다.

교학상장(敎學相長). 선생님이랑 같이 왜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으면서 함께 나아가보자. 올해는 상담을 하면서 담임반 아이들에게 꼭 이 말을 해야겠다.

이정현 남목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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